[ICYMI] 내년 중앙銀 화두는 '금리 인상'일까…ECB 실세가 던진 파문
ECB '실질적 2인자' 슈나벨, 올해 마지막 회의 앞두고 노골적 발언
세계적으로 명성 높아…팬데믹 사태 후 '더 높은 인플레이션' 꾸준히 지적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는 상임직인 6명의 집행이사와 유로존 20개국 중앙은행 총재들로 구성된다. 유로존 차원에서 임명되는 집행이사들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항상 투표권을 행사하며, 총재와 부총재도 여기에 속한다.
8일(현지시간) 예상 밖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시장에 파문을 던진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공개시장운영과 조사·통계 업무를 책임지고 있어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인물이다. 존재감 측면에서는 루이스 데 귄도스 부총재를 훨씬 앞서며,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나벨 이사는 이날 ECB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의 분포가 상방으로 전환됐고, 따라서 시장과 설문조사 참여자 모두 다음 금리 움직임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CB 비둘기파 진영은 아직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지만 노골적으로 '방향 전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ECB는 오는 17일부터 이틀 동안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금리 동결이 확실시되지만, 슈나벨 이사의 이번 발언으로 내년에는 인상으로 방향을 트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유로존의 헤드라인(전품목) 인플레이션은 최근 2%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추이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끈적한 것으로 여겨지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3년 반 가까이 3%를 웃돌고 있다. 지난 11월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3.5%(예비치)로 전월대비 0.1%포인트 높아졌다.
슈나벨 이사는 유로존의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잘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오랫동안 지적해 왔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수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라면서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훨씬 끈적했다. 여전히 팬데믹 이전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학 명문 만하임대 박사 출신인 슈나벨 이사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명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잭슨홀 심포지엄 같은 굵직한 행사에서 주목받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잦다.
그는 팬데믹 사태 이후 세계화의 퇴조와 공급망 혼란, 고령화, 재정지출 확대 등의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높아지게 됐다는 주장을 지속해 펼쳐왔다. 지난 9월 초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다시 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이 현재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일찍 올 수도 있다"고 말함으로써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슈나벨 이사의 이날 발언은 시장이 이미 호주와 캐나다 등 일부 주요국 중앙은행의 내년 금리 인상 선회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연준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으나, ECB가 뛰어들 경우 '세계 3대'(G-3) 중앙은행 중 두 곳이 금리 인상 경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ECB 다음 날인 19일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25bp 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BOJ는 내년에도 최소 한 번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슈나벨 이사는 이날 미국의 무역전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국제 무역질서 붕괴"가 나타났음에도 유로존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탄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유로존의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3% 성장하며 2분기(+0.1%)에 비해 성장 모멘텀이 강해졌다.
그는 유로존의 경제성장은 "(ECB의)9월 전망과 비교했을 때 위험은 분명히 상방으로 기울어 있다"고 진단했다. ECB는 다음 주 회의에서 분기 경제전망을 업데이트한다.
슈나벨 이사는 차기 ECB 총재직에도 관심이 있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독일 안에서 차기 총재는 독일인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누가 나에게 요청한다면 나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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