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의 FX환담] 환율 변동성과 대미투자의 아이러니
  • 일시 : 2026-01-30 10:48:37
  • [정선영의 FX환담] 환율 변동성과 대미투자의 아이러니



    (서울=연합인포맥스) "환율이 정치화된 것 같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480원대에서 1,420원대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정부와 외환당국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까지 이례적으로 달러-원 환율 발언을 하면서 외환시장에 부는 정치적 입김은 더욱 세졌다.

    따지고 보면 환율은 너무나 정치적인 가격 변수다. 미국이 무역수지와 각국 통화 절하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미 달러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기축 통화로서 자리를 지켜온 것도 정치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다.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의 환율 흐름을 보면 더욱 그렇다.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5일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자 달러-원 환율은 급락했다. '베선트 효과'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언급해 환율은 더욱 급락했다.

    외환당국의 예상 환율을 공개한 이례적인 대통령 환율 발언은 당국이 1,400원 환율을 목표 범위 안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여기에 일본 외환당국도 미국과의 공조개입을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외환시장은 변곡점을 만들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달러-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미일 공조개입 가능성이 부상한 영향이다. 달러-엔 환율은 단숨에 159엔대에서 152엔대까지 뚝 떨어졌다. 이에 달러-원도 연동돼서 급락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달러-엔 환율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아 그동안의 급락세는 일부 되돌림을 보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면서 달러-원, 달러-엔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소화하는 양상이다.

    여기까지 보면 환율 흐름은 한국, 미국, 일본 외환당국과 정부가 단번에 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힘을 합치는 양상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 발언과 레이트 체크라는 액션만으로 고공행진하던 한국과 일본의 환율은 크게 꺾였다. 환율 그래프는 마치 칼로 자른 것같은 모양새다.

    그런데 이 모든 환율 급락 소동의 이면에는 대미 투자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관세 후속 협상에서 대미투자 3천500억달러 중 1천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2천억달러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장기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서 연간 200억달러 한도는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는 납입 시기,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달았다.

    달러-원 환율이 올해 들어서도 1,48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연간 200억달러 대미투자 한도는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미국으로서는 대미투자가 이행되지 않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우리 국회의 '대미투자 특별법' 통과 지연을 비판하며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다시 관세 협상 모드가 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대(對) 한국 관세 인상'과 대미투자 집행 관련 협의를 위해 방미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달러-원 환율 안정을 위해 장수를 바꾸는 카드를 택했다. 재경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맡아 온 김재환 국제금융국장과 정여진 외화자금과장에서 이형렬 국제금융국장, 도종록 외화자금과장 구도로 전환했다.

    새해 초반부터 각국의 정치적 계산으로 환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대미투자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형국이다. 달러-원 환율이 어느 정도 하락해야 환율 안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환율 불안정으로 대미 투자를 늦추던 최근까지의 상황이 이제는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외환당국자들은 이미 환율이 급락한 상태에서 한해를 출발해 시작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환율이 재차 급등할 경우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경제부 시장팀장)



    연합인포맥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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