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워시 지명에 셈법 복잡해진 한은…통화정책 예측 아리송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이사를 지명하면서 향후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가 더 쉽지 않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유력 후보였던 캐빈 해싯이나 릭 리더 등 '선명한 비둘기파'에 비해 워시는 상대적으로 매파적 성향이 짙은 인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안전하고 신중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단순하지 않다.
워시 전 이사는 과거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던 매파였으나,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강력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적극적인 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트럼프의 '저금리 열망'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적임자로 변심한 셈이다.
하지만 뉴욕 금융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장은 그의 최근 발언보다는 2011년 양적완화를 반대했던 '매파적 DNA'에 더 주목했다.
지명 소식 직후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장기 금리가 상승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맹목적 인하를 외치던 해싯보다 워시가 시장 우려를 덜어준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그가 중앙은행 본연의 '물가 안정' 의무에 집중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한국은행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은은 지난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문구를 삭제하며 신중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만약 워시가 트럼프의 의중대로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줄어들며 원화 절하 부담이 해소될 수 있다.
이는 한은에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를 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대로 시장의 예상대로 워시가 매파적 본색을 드러내며 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을 한다면,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워시가 트럼프의 요구대로 움직일지, 아니면 연준의 독립성과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을 펼지 현재로서는 안갯속"이라며 "향후 인준 청문회에서 나올 발언들을 통해 정확한 의중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이 '데이터 디펜던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고려만으로 급격한 정책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덜 비둘기파적인 워시 이사를 지명한 속내에 대해 의문도 제기됐다.
앞선 전문가는 트럼프가 워시 전 이사를 지명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가 여러 후보 중에 상대적으로 균형을 갖췄다고 본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의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워시 전 이사가 그간 해왔던 말들이 있지만 실제로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다른 일일 것"이라면서 아직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는 섣부르다고 꼬집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 역시 "워시 전 이사 자체가 매파적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지명한 의도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겠다"면서 "어느 방향으로 정책을 움직여나갈지 예상을 할 수 없어 전망을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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