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화 속도전…딜링룸 전자화 어디까지
  • 일시 : 2026-02-02 08:27:12
  • 외환시장 24시간화 속도전…딜링룸 전자화 어디까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오는 7월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의 딜링룸 전자화와 전산 인프라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5대 시중은행들은 이미 3교대 근무와 알고리즘 거래 시스템 개발, 환율 자동 고시 도입에 나섰지만 일부 은행은 인력·시스템 부담 과제에 여전히 골몰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부 방침에 발맞춰 딜링룸 인력 확충과 더불어 야간 시간대 인력 공백을 위해 오토헤지, 알고리즘 트레이딩, API 연계 거래 등 자체 시스템을 손보고 있다

    정부는 오는 7월 외환시장 운영시간 연장을 앞두고 야간 시간대에도 원활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전자거래(eFX)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자동 거래와 전문 처리 기반을 확충할 방침이다.

    ◇"마감 없는 시장"…클로즈 레이트·기관마다 다른 시스템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서 가장 큰 과제로 꼽히는 것은 '마감 기준'이다.

    거래가 끊이지 않는 구조에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를 종료하고 회계를 마감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환당국은 은행권과 외환 중개사와 함께 클로즈 레이트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애프터마켓 거래를 포함한 전 과정을 전산으로 자동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4시간 거래 체제에서는 사실상 마감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거래 인식 시점과 회계 처리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기준을 참고해 조만간 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와 논의를 거쳐 세부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행마다 조금씩 다른 시스템을 가진 데다 24시간 체제에 대비한 전산 개발 보완도 필요해 은행들은 가이드라인 확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부서 팀장은 "현재 전자 거래 시스템이 대체로 완비가 돼 큰 '허들'은 없지만 24시간 거래 체제가 되면 단순히 거래 시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외국환 관련 제도 전반이 바뀌게 된다"며 "거래 개시 시점, 클로징 시점, 트레이드 데이 변경 등 각종 컨벤션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달러-엔은 '4시 마감'…한국은 아직 과도기

    글로벌 외환시장의 대표 사례인 달러-엔 시장은 이미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

    도쿄시간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일중 거래를 마감하고, 이후 체결분은 모두 애프터마켓 거래로 분류돼 익영업일 거래로 처리된다.

    4시 이후 거래는 백오피스를 통해 다음 영업일에 카운터파트에 전문(MT300)이 송부된다. 거래는 24시간 이뤄지지만, 정산 체계는 구분되는 셈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경우 전자 전문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처리되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 은행은 여전히 백오피스가 직접 거래를 확인해 전문을 보내거나 부분 자동화에 의존하고 있다.

    또 일부 대형 은행을 제외하면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프런트와 백오피스를 연동해 자동으로 거래를 처리하려면 시스템 개발뿐 아니라 내부 통제 구조까지 바꿔야 한다"며 "대형 은행은 당장 대응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야 하는 만큼 중소형 은행이나 외은 지점은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외환 거래의 결제일이 통상 T+2일이라는 점에서, 애프터마켓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결제나 실시간 거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부서 관계자는 "현재도 외환시장은 새벽 2시까지 연장 운영되고 있고 그 시간대에 고객과의 당일 결제가 필요한 거래는 대체로 발생하지 않는다"며 "외환 거래는 기본적으로 T+2 결제 구조라 전문을 주고받고 결제를 처리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전산·인력 모두 부담…단계적 전환 필요"

    은행권의 인력 운영 부담도 여전히 주요 과제로 꼽힌다.

    현재 일부 은행은 3교대 체제로 딜링룸을 운영하거나 한 달에 일주일씩 당번을 정해 야간 근무를 맡는 식이다. 또한 런던 지점을 활용해 야간 거래를 처리하고 있으나, 모든 은행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3교대의 가장 마지막 근무 시간은 오후 9시부터 새벽 6시까지다.

    각 은행은 자체적으로 1∼2시간 휴식 시간을 갖고 전산 백업이나 전일자 거래분을 마감하는 시간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외환 담당자는 "24시간 체제로 전환되면 트레이딩 시간이 최소 6시간 이상 늘어나게 된다"며 "무조건 24시간 쿼트하고 실거래하는 건 아니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은행 전산 백업을 위해 몇 시간 고시가 나가지 않을 순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전자 고시, 알고리즘 매매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완벽히 시스템으로 구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인력부담 때문에 알고리즘 개발을 계속 하고 있지만 당장 7월 1일부터 적용할 건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바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24시간화가 단순히 거래시간 연장이 아니라, 국내 외환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런트 딜링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더라도, 미들·백오피스는 자동화 없이는 감당이 어렵고, 거래 인식 기준·결제 시점·환율 고시 체계 전반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재편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전산과 제도"라며 "외환시장 24시간화는 선택이 아니라 방향인 만큼, 정부와 은행권이 속도 조절을 하면서 현실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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