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은은 어쩌다 '잡주'처럼 널뛰게 됐을까
  • 일시 : 2026-02-02 08:30:15
  • [뉴욕은 지금] 은은 어쩌다 '잡주'처럼 널뛰게 됐을까



    (뉴욕=연합인포맥스) "밈(meme) 트레이더들이 시장을 장악하려 들면서 메탈들이 밈 주식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오래 가긴 어려울 것이다. 올해 후반이면 현재 레벨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본다."

    밈 주식은 실적과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유행과 시장 분위기에 따라 경박하게 휩쓸리는 주식을 가리킨다. 우리나라 표현으로 치면 시쳇말로 '잡주'다.

    은을 가리켜 잡주처럼 널뛰고 있다고 지적한 이는 JP모건체이스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공동 총괄이다. 하지만 은을 이처럼 폄훼하는 것은 비단 콜라노비치뿐만이 아니다. 자산의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월가의 제도권 플레이어들은 입을 모아 은이 전통적 흐름에서 벗어나 잡주처럼 움직인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30일은 은을 둘러싼 시장의 혼란함을 극명하게 보여준 하루였다. 3월물 은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31% 폭락하며 46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은 선물의 1월 최종 수익률은 11.23%였다는 점이다. 30% 넘게 폭락하기 전 은 선물 가격의 1월 수익률은 72%에 달했다. 은 거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과열이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은을 둘러싼 변동성은 작년 초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는 점은 수치로 드러난다.

    변동성을 측정하는 기본 지표인 일간 변동폭(ATR) 기준으로 은 선물의 ATR은 2025년 상반기엔 '해방의 날'이 꼈던 작년 4월을 제외하면 1.0~1.5달러 수준이었다. 약 0.5달러 안팎인 2024년 대비 소폭 높아졌으나 큰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엔 3.0~5.0달러 수준으로 치솟더니 은 선물의 ATR은 1월에는 10달러 이상으로 튀어 올랐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역사적 변동성(HV)과 내재 변동성(IV) 기준으로 봐도 은의 변동성은 급격히 커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은의 30일 기대 내재 변동성은 99.81에 달했다. 30일 일중 123.03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은에 대한 1년 뒤 기대 변동폭이 거의 100%, 16의 법칙을 적용하면 하루 기대 변동폭이 약 ±6.25%에 달한다는 의미다.

    은의 HV는 2024년 말까지 통상 20~25% 수준이었다. 내재 변동성 또한 20~30% 범위를 형성했다. 그런 자산이 1년 만에 이처럼 커진 것은 시장의 체급과 성격 자체가 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전의 손절폭으론 대응 불가능한 수준이 된 것이다.

    [출처 :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은의 변동성을 급격히 키운 요인은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물 은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는 반면 공급은 그에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은 수급 불일치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내는 지표는 은의 리스 레이트(lease rate)다. 리스 레이트는 실물 은을 빌릴 때 지불하는 이자율로 이 수치의 급등은 도매 시장에서 빌려줄 실물 은이 부족하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역사적으로 은의 리스 레이트는 1% 미만에서 유지됐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런던에서 은의 1개월 리스 레이트는 연 19%까지 치솟았다. 일시적으로 35%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1980년 헌트 형제의 은 매집 사건 이후 최악의 실물 은 경색이다.

    세계 최대 귀금속 시장은 런던이지만 뉴욕에서도 재고가 급감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멕스(COMEX) 등록 재고가 일주일 만에 26%나 급감하는 '실버 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괴 은행(bullion bank)들은 숏 포지션을 방어하기 위해 리스 레이트를 높여 실물 인도를 억제하려는 일도 있었다.

    실물 인도 능력의 위기는 공급 병목 현상 속에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외신에 따르면 COMEX에서 올해 1월 초 단 일주일 만에 3천345만온스의 실물 은이 인도됐다. COMEX에 등록된 재고의 약 26%가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3월 인도 예정인 은 선물은 5억온스를 상회한다. 현재 COMEX에 있는 실물 은 재고를 몇 배나 웃도는 수치다. 이같은 부분이 알려지면서 많은 실수요자가 3월까지 은을 기다리지 않고 대금을 추가로 지불해 인도일을 몇 주 앞당기려 했다는 풍문이 은 시장에서 돌고 있다.

    *그림3*



    중국 정부가 은을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며 정제 은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은 수급 불균형과 은값 과열에 더욱 불을 붙였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10월 660톤(t)의 은을 수출했다. 통상 월평균 300~400톤 수준이지만 이례적으로 많은 은이 한 번에 수출됐다.

    시장에선 이 물량 대부분이 '은 스퀴즈'를 막기 위해 런던과 뉴욕으로 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물 은의 가격 결정권이 중국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정제 은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이같은 긴급 수혈은 앞으로 더 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물 은이 거래되는 상하이금거래소(SGE)의 은 가격이 런던거래소보다 더 높게 형성돼 수출 유인이 약해졌다는 점도 은값 변동성의 근거가 된다. (진정호 뉴욕특파원)

    jhj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