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작년말 달러 얼마나 필요했나…외환 전략 검토의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달러-원 환율 상승 국면에서 적어도 수십억달러 이상의 달러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최근 이뤄진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환 헤지 전략의 유연화가 절실한 상황이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3일 국민연금이 최근 공시한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 및 수익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549조9천790억원, 투자 비중은 38.2%였다.
직전월 대비로 평가액이 18조2천880억원, 투자 비중은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해외채권 투자 규모는 102조5천740억원, 투자 비중은 7.1%였는데 전월 대비 3조8천980억원, 투자 비중 또한 0.2%포인트 증가했다.
해외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체투자 역시 228조6천80억원으로 전달 대비 6조6천70억원 불어났다.
투자 수익으로 인한 증가분과 환차익이 반영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한 달 사이에 이들 자산의 평가액이 총 28조원 이상 늘어난 데서 최소 수십억달러가 추가로 투자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달러-원 환율이 1,420원대에서 1,470원대까지 약 50원 뛰는 동안 국민연금의 달러화 수요도 상승 압력을 가중했다는 얘기다.
작년 11월은 달러 수요가 유독 집중됐던 달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내국인은 지난 11월에만 미국 주식을 무려 59억달러 이상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주식을 14조4천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최근 환율로 환산할 경우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로 인한 달러 수요만 계산해봐도 무려 16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10월 내국인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68억달러 이상으로 11월보다 많았으나 이때는 외국인이 주식을 5조원어치 이상 순매수하면서 유출 효과를 상쇄한 바 있다.
그만큼 지난해 11월은 달러 수요가 몰렸던 달로 가파른 환율 상승이 불가피했으며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점검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당초 목표했던 해외투자, 특히 해외채권 투자 비중을 채우기 위해 12월에도 달러가 필요했다.
연말 해외채권 목표 규모는 103조777억원으로 규모 기준으로는 목표에 바짝 다가섰지만 목표 비중은 8.0%로 갈 길이 먼 상태였다.
이때부터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논의가 본격화하고 외환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살피기 시작하면서 결국 이례적인 1월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렸고, 해외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국내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조정됐다.
아울러 이미 시장에 노출된 환 헤지 전략을 감추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유연하게 환 헤지를 구사하게 됐다.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가 줄었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환 헤지도 꾸준하게 이뤄지면서 시장에서는 상승 흐름이 나타날 때마다 국민연금이 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쨌든 국민연금이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사야한다거나, 환 헤지 레벨이 1,500원선에 가까워 그 아래에서는 헤지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20원에서 저점을 확인하고 다시 오르는 국면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경계감은 심리적으로 상단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금 더 오르면 당국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등장할 수 있으므로 과감한 상승 베팅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전날 달러-원 환율이 1,450원을 넘어 지속 상승하자 "아직은 국민연금이 나서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당국이 미세조정을 하는 가운데 레벨이 올라가면 국민연금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고점에 도달하기 전에 분명 당국이나 국민연금에서 나설 것으로 본다"면서 경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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