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범의 브레인스토밍] 반도체 호황이 이끌 명목GDP 성장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는 각각 2.0%와 2.1%로 수렴하고 있다. 2025년 4분기부터 반도체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2026년 성장 전망이 상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 올해 명목 성장은 어떨까. 실질 성장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4%를 약간 웃도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데, 과연 그럴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표를 살펴보면 최종소비지출물가(CPI)는 2% 수준에서 안정적인 반면 총자본 형성 물가와 수출입 물가는 매우 변동성이 큰 가운데 대체로 소비자물가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5년 4분기 GDP 디플레이터(deflator)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수출입 물가 데이터는 나와 있는데 수출 물가는 반도체수출가격상승(전년동기비 +35%, 전분기대비 +32%)으로 전년동기비 7.4%, 전분기대비 11.7% 높아진 반면, 수입 물가는 전년동기비1.24%, 전분기대비 5.48%로 안정세였다.
디플레이터 구성항목 중 다른 항목은 전기와 같다고 가정하고 수출입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2025년 4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기비로 약 3% 중반, 전년동기비로는 5% 중반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GDP 속보치인 전기비 -0.3%, 전년비 1.5%를 넣으면 명목성장률은 전기비 약 3%, 전년동기비 약 6.5% 수준이었을 것이다. 실질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교역조건 개선에 따라 명목 성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으며, 특히 분기별 성장률을 단순 연율로 계산할 경우 10%가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올해의 GDP 디플레이터는 어떨까. 최근 많이 회자되는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반도체 수출 물가는 2025년 4분기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물론 반도체 수입 물가도 상승했으나, 수출 물가 상승률보다 낮았다. 그 결과 2025년 4분기 명목 성장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위에서 확인했다. 2025년에는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의 영향이 1개 분기에 그쳤다는 점과, 반도체 장기공급계약의 가격은 이제 조정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6년 명목 성장에 반도체 가격 상승이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5년 수출입 데이터와 수출입 물가 데이터를 보면 총 경제 규모에서 수출의 비중이 50%, 수입의 비중이 45%이고, 수출 중 반도체의 비중이 30%, 수입 중 반도체의 비중이 14%였다. 여기에 2025년 12월 반도체 수출입 가격 전년동기 변화율은 수출이 42%, 수입이 16%였다. 즉 '반도체수입물가상승률/수출물가상승률은' 0.38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2026년 GDP 디플레이터를 추론해보았을 때 반도체 수출 가격이 전년비 50%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다른 조건의 변화가 없다면 GDP 디플레이터는 6.3%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론된다. 여기에 2025년 GDP 디플레이터 3%와 올해 실질 성장 예상치 2%를 감안하면, 올해 명목 성장은 11.3%가 된다.
이는 국민총소득(GNI) 증가라는 개념과 같은데, GDP는 2% 성장하지만 반도체 가격상승에 따른 무역이익이 커져서, 즉 교역조건이 좋아져 한 단위 수출로 더 많은 단위의 수입을 할 수 있어서 실질 GNI가 실질 GDP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의 평균은 4.5%이다. 명목 성장이 8%를 넘었던 때는 코로나 유행 이후 높은 물가 상승으로 명목 성장이 높았던 때가 유일하다. 그리고 그때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까지 올랐고 10년 국채금리는 4.7%까지 올랐다. 아마 2022년 4분기의 신용경색이 없었다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더 올랐을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이러한 높은 명목 GDP 성장률, 혹은 높은 GNI 성장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가격에 의한 부가가치의 증가는 결국 반도체 회사들의 이익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텐데,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을 경쟁적으로 상향하였으며, 현재 두 회사 영업이익 전망 컨센서스는 200조원에서 250조원 사이로 보인다. 2025년 두회사 영업이익의 합이 90조원이었으니 많게는 160조원의 영업이익 증가를 전망한다는 것인데, 이는 2천500조원인 한국 경제 규모의 6.4%에 해당한다. 반도체 가격 50% 상승을 전제로 계산한 GDP 디플레이터 추가 상승률, 혹은 실질 GNI 추가 증가율과 얼추 비슷하다.
이렇게 높은 명목 성장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이 높은 명목 성장은 소비자물가의 높은 상승의 결과였던 2021년과 달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인한 교역조건 개선에 기인한다. 따라서 실질소득, 즉 구매력 상승이 동반된 실질 GNI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의 평균 성과급이 1억5천만원이라거나, 올해 예상대로 영업이익이 나올 경우 내년도 평균 성과급이 3억원을 넘을 거라든가 하는 말은 이러한 구매력 상승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우리 경제의 명목 규모가 빠르게 팽창할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명목 규모가 10% 이상으로 팽창했던 건 2010년 이후론 없었다. 이렇게 명목 규모가 빠르게 팽창할 때 할인율이 낮게 유지된다면 각종 자산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명목 성장이 8% 이상이었을 때 긴축이 시작되어 기준금리가 3.5%까지 올랐던 것과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수출 물가 상승에 의한 명목 경제 규모 팽창이지만, 결국 국내 소비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가격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맞다면, 올해 한국경제의 명목 규모는 10%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의 전망대로 반도체 수출가격이 100% 오른다면 명목성장률은 더 크게 오를 것이다. 이는 아주 새로운 상황이다. 상황의 진행을 유심히 살피며, 혹시 과거의 익숙한 의사결정 방법을 유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유창범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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