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통화절하'에 한은만 실탄 썼나…일본과 비교해보니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과 일본의 통화 절하 흐름이 뚜렷하게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양국 외환당국의 대응 방식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각국 중앙은행 및 정부 자료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말부터 외환보유액을 실제로 사용하며 원화 방어에 나선 반면, 일본은 구두개입과 레이트 체크(rate check) 등 신호 관리에 무게를 두며 실개입은 자제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259억1천만달러(약 616조원)로 전월 4천280억5천만달러보다 21억5천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12월 외환당국의 매도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7개월 만에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12월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281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었다.
반면 외환보유액 2위인 일본은 같은 달 1조3천698억달러를 기록해 오히려 전월 대비 104억달러 증가했다.
일본 재무성 자료를 보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액은 지난해 전체와 올해 1월까지 '제로(0)'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 국면을 나타냈던 지난 2024년 4월 26일∼5월 29일 9조7천885억엔, 같은 해 6월 27일∼7월 29일 5조5천348억엔을 기록한 이후 실개입은 전무했던 셈이다.
지난해 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비롯해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등 당국자들이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언급하며 구두개입을 이어간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수치다.
◇왜 한국만 외환보유액 줄었나
우리나라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정부와 한은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며 대응한다.
실무적으로는 한은이 중심이 돼 환율 급등락 시 외환보유액을 직접 활용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다.
특히 현물환뿐 아니라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과 FX스와프를 병행하는 '직접 방어형' 방식이 특징이다.
지난해 말에는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연장을 통해 환헤지를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반면 일본은 외환 개입의 결정권을 재무성이 쥐고 있으며 일본은행(BOJ)은 집행 역할만 맡는다.
일본 당국은 최근 공격적인 구두개입과 레이트 체크를 통해 미일 공조 신호를 보내면서도 실탄 투입은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최대권이고 엔화가 글로벌 주요 통화인 반면, 원화는 현재까지는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며 자본 이동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국내 외환시장은 일본에 비해 깊이가 얕아 초기에 막지 않으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은 변동성이 커지기 전에 실탄을 써 선제적으로 막는 구조"라며 "환율 안정 비용을 중앙은행이 직접 부담하는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국은 초기 변동성을 빠르게 눌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일본은 말과 신호로 시장을 관리하다가 정말 필요할 때만 개입한다"며 "또 일본은 한국보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크고 엔화가 기축통화인만큼 평상시에는 구두개입과 레이트 체크 등 기대 관리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월 '레이트 체크' 뭐였을까…미일 공조 여지 아직 남아있어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에 대한 레이트 체크를 사실상의 '사전 경고'로 해석한다.
단순한 가격 확인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언제든 실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특히 달러-엔 개입은 일본 역내에서만 이뤄질 경우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실제로는 미국 시장에서 이뤄져야 의미 있는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시장 개입은 재무성이 직접 집행하기보다 미국 재무부 산하 환율안정기금(ESF)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통한 '공조형 개입' 여지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말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런던 외환시장에 달러-엔 레이트 체크를 했다는 소식 이후 엔화는 하루 만에 1.7% 이상 강세를 나타냈고 원화도 함께 움직인 바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일본은 필요하면 연준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달러-엔을 건드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또 ESF를 활용했을 경우 당장 외환보유액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 10개국(G10) 통화는 시장 개입이 드문데, 일본은 이례적으로 2023년과 2024년에 실개입을 단행했다"며 "일본이 다시 개입에 나설 경우 달러 대신 유로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달러 강세가 제한적인 가운데 유로-엔 환율이 현재 역사적 고점 부근인 만큼 강세인 유로화를 통해 엔화 가치를 조절할 수도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美 환율보고서도 지적한 한일 개입 차이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를 보더라도 한일 외환 당국의 개입 스타일은 차이가 난다.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24년 7월 엔화 약세 압력이 뚜렷해졌던 시기에 7월 11∼12일 이틀간 5조5천억엔(약 350억달러)을 매도하며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이는 2024년 들어 세 번째 주요 개입 사례로, 일본 재무성은 연간 기준 거의 1천억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선물환 포지션 구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 왔다.
일본은 매월 외환시장 개입 총액을 공개하고, 일별 개입 금액과 사용 통화는 분기 단위 시차를 두고 발표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올해 1월 환율보고서 분석 대상 기간(2024년 3분기∼지난해 2분기) 동안 추가적인 일본의 개입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원화 약세 압력 속에서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smoothing)'하는 데 개입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됐다.
보고서 분석 기간에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매도 규모는 73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0.4%에 해당한다.
한국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분기 단위로 1분기 시차를 두고 공시한다.
미 재무부는 국제수지 통계상 외환보유액의 월별 변동과 중앙은행 선물환 포지션 변화를 바탕으로 월간 개입 규모를 추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개입 방식은 2016년 이후 원화 약세뿐 아니라 강세 국면에서도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경우 시장에 개입해 왔다.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이 가운데 720억달러는 2021∼2023년 글로벌 달러 강세 국면에 집중됐다.
미 재무부는 이에 대해 "한국의 대체로 대칭적인 개입 패턴은 2009∼2016년 원화 강세 억제를 위한 일방적 개입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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