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데자뷔' 케빈 워시…금리 키워드는 생산성
AI의 생산성 향상이 금리 인하 촉매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가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생산성 베팅' 전략을 재현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생산성 혁명을 근거로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워시 지명자는 "최근 AI 붐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틀어 우리 생애 가장 강력한 생산성 향상의 물결"이라고 평가하며 이것이 연준에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 그린스펀 전 의장의 행보를 연상시킨다.
당시 그린스펀은 공식 지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기술 주도의 생산성 향상을 간파하고 금리 인상을 늦추는 결단을 내려 '골디락스(고성장·저물가)' 경제를 이끌었다.
신문에 따르면, 워시 지명자는 지난해 12월 사디 칸 에이븐 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와 대담에서 그린스펀 전 의장의 통화 정책을 언급하며 "(그는) 일화적 증거(anecdotes)와 다소 난해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확신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강력한 경제와 더 안정적인 물가를 누릴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팀도 워시의 이러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달 초 C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1990년대와 다르지 않은 생산성 붐의 초기 단계에 있다"며 "그린스펀이 어떻게 경제를 뜨겁게(hot) 유지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워시는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의 펠로로서 AI 산업의 진화를 최전선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AI의 생산성 혁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멘토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워시가 억만장자 패밀리 오피스에서 기술 기업 중심의 사모펀드(PE) 투자를 운영했던 경험 덕분에 기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에 적임자라고 말했다.
드러켄밀러는 "워시는 실리콘밸리에 훌륭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며 "그는 단순히 거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AI의 속도와 파괴적 혁신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거시경제학자보다 더 나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가 실제 경제 전반의 공급 능력(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전에 막대한 설비 투자와 부유층의 자산 증대 효과로 수요를 먼저 자극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닐 카샤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당장 지출은 급증하는데 생산성 혜택이 늦게 나타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역시 "노동시장의 고통 없이는 향후 2년 안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며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워시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통과해 5월 취임하게 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재 3.5~3.75% 수준인 금리를 인하하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연준 위원들은 올해 단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대 기준금리를 원하고 있어 간극이 큰 상황이다.
1996년 9월 투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일화(anecdotes)가 아닌 데이터에 의존했다고 말한다.
워시가 현재의 FOMC 위원들에게 AI가 유발한 생산성 붐을 설득하려면 그 역시 똑같이 해야 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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