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광우 "대미투자, 환율부담 있지만 선제적 투자도 고려해야"
  • 일시 : 2026-02-06 10:28:01
  • [인터뷰] 전광우 "대미투자, 환율부담 있지만 선제적 투자도 고려해야"

    "국민연금, 오버헤지 신중해야…일부 차익실현 고민도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 에너지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면 수익성 좋은 곳을 빨리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율이 1,500원대에 가까웠던 작년말은 힘든 상황이었지만 대미 투자는 불이익이 되는 방향이 없도록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미투자와 관련해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라면 선제적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초대 금융위원장, 최장기 국민연금 이사장, 국제금융전문가 등 많은 타이틀을 가진 전광우 이사장. 그는 국내 금융시장이 싹트고, 위기를 맞고, 성장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함께 해 온 인물이다.

    최근 코스피가 급등하고,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 24시간 확대 등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 이사장은 MSCI와도 인연이 깊다.

    첫 금융위원장으로 부임한 지난 2008년, 우리나라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고, 2009년부터 FTSE 선진시장 지수에도 들어갔다.

    그는 "과거 MSCI 관찰대상국에도 들어갔는데 편입되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공매도, 외환시장 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좀 더 자율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커진 점과 관련해 그는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 수익률이 높아졌지만 "수익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며 "과도하게 많이 올랐을 때는 수익 실현하는 것이 합리적인 운용 전략"이라고 말했다.

    5천선을 웃돈 코스피 이야기가 나오자 '격세지감'이라며 미소지었다.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밑돌던 날도, 코스닥이 2,900선을 기록하던 날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전 위원장은 "뜨거워서 태우는 것보다 따뜻하게 오래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전광우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금융담당), 국제금융센터 소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2019년부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전광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5천피 돌파, 순대외 채권국 등 우리나라 경제 체력이 좋아졌는데.

    ▲큰 변화다. 2008년 초대 금융위원장이었던 때, 코스피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1,000선이 깨진 적이 있는데 그 때 생각하면 지금 5,000은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너무 저평가돼있던 것도 사실. 한국이 굉장히 빨리 정치 체제를 안정시키고, 회복하는 복원력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이 많이 오르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높게 평가받은 현재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을 처음 만든 후 2000년에 코스닥지수가 2,800선 위로 올라간 후 닷컴버블로 급락했다. 당시 이규성 전 재경부장관이 우리가 증시를 데우자 했지 언제 태우자했냐 라고 한 말씀이 종종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뜨거운 것보다 따뜻하게 오래 가는 것이 좋다. 이 온기가 넓게 지속돼야 한다.

    --올해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등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진정한 글로벌 금융 선진국으로 평가받으려면 외환시장을 좀 더 자유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환시장을 포함한 금융 분야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큰 과제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 확충이나 국민연금 외화자산 운용 측면에서 필요시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를테면 과거 캐나다와 일본 연기금의 경우에서 보듯이.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국민연금이 이런 의사결정을 자산배분 전략의 틀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성 강화와 함께 자율성과 독립성이 지켜져야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국민연금 역할론이 계속 나온다.

    ▲국민연금이 이제 1천500조원이 넘는다. 1조달러가 넘어섰다. 굉장한 이정표다. 글로벌 리딩 연기금이 됐다. 기금운용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평가액이 늘었을 경우 적정 수준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연금의 합리적인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수익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일부 이익실현을 해서 국민의 돈을 불려둬야 한다. 반대로 많이 떨어지면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내주식 비중을 18%, 20%로 늘려라 하면서 자꾸 골대를 바꾸면 위험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정도로 단일 기관 투자자가 그 나라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국내 연기금은 자본유출입 규모에 따라 전략적 자산배분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면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환헤지, 연금개혁 등의 이슈가 많아졌다

    ▲과거 이사장 재임 시절에도 강조했지만 과도한 헤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헤지 비용이 있고, 앞으로 외환시장 변동이 많은데 어느 레벨에서 픽스를 하는 것보다 그냥 두는 좋은 경우도 있다. 오버헤징의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통상 무리한 헤지를 하게 되면 기대 수익은 좀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자율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 구성을 좀 개선할 필요는 있다. 공적연기금으로 경쟁력있다는 평가를 받는 캐나다는 기금운용 최고 의사 결정 조직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전문성과 독립성을 두고 가버넌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금 개혁은 보험료 정상화, 즉 모수개혁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실행에 옮겨지는 9%에서 13%로의 점진적 인상은 옳은 방향이나 아직 OECD 평균이나 일본 18% 수준에 미흡하다. 연금 개혁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연금 규모가 2050년에는 3,600조원까지 커질 것. 다만, 보험료 인상과 함께 수익률도 1%포인트 개선도 포함돼 있는 것처럼 지속적인 연기금 수익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올랐을 때는 일부 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합리적 운용전략이라고 본다.

    --최근 알래스카 LNG투자 등 한국의 대미투자 관련해서는 어찌 보는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렸다. 대미 투자가 미진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에너지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아젠다다. 일본의 경우 에너지를 타깃으로 한 투자 계획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일본은 외화자산이 많은 나라지만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이 불안한 부분이 있어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볼 때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통상협정의 일환으로 대미투자를 실행에 옮기는 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다만,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라면 선제적 투자를 실행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환율이 1,500원대에 가까웠던 작년말은 힘든 상황이었지만 대미 투자도 불이익이 되는 방향이 없도록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앞으로 통상이나 무역 갈등은 상시화된 시대에 산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거에 큰 위기들을 극복한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주목하는 점은.

    ▲2008년 금융위기, 1998년 IMF 위기 등 과거의 위기는 유동성 위기였다. 지금은 그런 위기와는 달리 질적인 문제, 구조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당면한 인구 위기 속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의 반전이 시급한 과제다. K자형 경제도 개선할 문제다. 양지는 좁고, 음지가 넓다. AI 주도의 산업 재편 과정에서 반도체, 방산, 바이오는 약진하는 반면, 케미칼, 철강, 섬유 부문은 고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섹터들도 성장하도록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는 점은 우리가 가장 극복해야 할 문제다.

    --올해 경제전망에서 유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통상, 무역 관련 불확실성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부분이다.

    올해 세계 경제전망은 약 3% 남짓으로 견조하다. 특히 미국 성장도 최근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다만, 하방 리스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 갈등, 이란 관련 중동 위험, 대만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있다. 올해 하방 리스크로 지적되는 게 인공지능(AI) 관련 과잉 투자 우려와 증시 조정 가능성도 고려돼야 할 변수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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