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의 FX환담] 공식의 함정 '지금은 맞고 그땐 틀리다'
  • 일시 : 2026-02-10 10:36:17
  • [정선영의 FX환담] 공식의 함정 '지금은 맞고 그땐 틀리다'



    (서울=연합인포맥스)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어느 영화 제목이었던 이 말은 같은 이슈지만 상황에 따라, 해석에 따라 다르게 여겨지는 일을 너무도 잘 표현한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외환시장에서도 때때로 딱 들어맞는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수급이 중요하지만 투자주체들의 심리도 큰 영향을 미친다. 즉, 같은 이슈라도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위험을 피하려는 분위기인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하나. 아니면 정말 투기적으로 쏠려있는 상태인가. 즉, 분위기를 탄다.

    시장에서는 어제는 달러 매수 요인이었던 재료가 매도 요인이 돼서 환율을 움직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행보와 달러-엔 환율 흐름이 그랬다.

    다카이치 총리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지향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로 해석됐던 인물이다.

    지난 주말에 열린 2.8 일본 총선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을 한 것은 달러-엔 환율 상승 재료로 받아들여졌다.

    과거 '아베노믹스'와 궤를 같이하면서 '사나에노믹스'로 불리는 그의 적극 재정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소비세 감세 등으로 일본 재정적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이로 인해 달러-엔 환율이 157엔대로 다시 상승하자 일본 재무성은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나섰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일본과 미국은 펀더멘털에서 벗어난 급격한 움직임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여기에는 외환시장 개입이 분명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도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시장에 대해 "평소대로 시장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러-엔 환율이 156엔대로 하락하자 서울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매도세가 일었다.

    이번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추진력에 초점이 맞춰졌고, 일본 증시가 급등하면서 엔화 강세로 달러-엔 환율은 하락했다. 이전까지 엔화 약세 재료였던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에는 엔화 강세 기대와 함께 가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시장 반응도 비슷했다. 처음 지명 소식이 들려왔을 때는 그가 예전에 양적완화(QE)를 비판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서울환시에서도 워시 쇼크가 일면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 2일 단숨에 20원 이상 급등했다.

    그런데 한바탕 소란이 일고 나서 시장은 잠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두고 그토록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과 갈등을 빚어왔던 만큼 만약 워시 지명자가 취임하면 매파적 성향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시 지명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우리는 15% 성장할 수 있고 더 많이 성장할 수도 있다"며 "그는 훌륭할 것이며 정말 질 좋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워시에 대한 기대는 다시 연준 금리인하 기대로 이어졌고, 달러인덱스는 96대로 내렸다.

    이처럼 같은 이슈라 해도 외환시장의 해석이 어느 방향으로 집중되느냐에 따라 달러의 방향은 엇갈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떨 때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듯했다가, 또 어떨 때는 달러 강세를 지향하는 것처럼 해석되는 것도, 달러-원 환율 흐름을 예상할 때 달러를 봤다, 엔화를 봤다 하는 것도 시장의 심리적 흐름을 반영한다.

    시장에서는 차익실현의 빌미가 필요해서, 어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실망스러워서 반대의 흐름이 일어나기도 한다.

    달러-원 환율을 둘러싼 원화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달러-원 환율은 주로 달러나 엔화에 주목하면서 흔들렸다. 달러 매수 심리가 우위를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언제 달러를 사야 하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증시나 경제지표, 금리인하 기대에 따라 달러 흐름을 예상하고, 아시아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변화에 따른 엔화 흐름에 연동된 양상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외환시장에서 원화 펀더멘털은 살짝 뒤로 물러나 있었다.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원화 강세 기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외환시장에서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새로운 반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여러 시나리오를 열어둬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가 주목받았다

    지난주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원 규모의 주식을 팔면서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 코스피 급등으로 자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차익실현과 비중 조절이 필요했던 셈이다.

    주목할 점은 단기간에 치솟았던 코스피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최근 흐름을 보면 예전에는 원화 강세 재료였던 국내 증시 호조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별로 하락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증시가 이처럼 상승할 힘이 있다는 점을 외국인은 확인한 상태다.

    달러-원 환율이 최근 박스권을 다시 형성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덜 반영된 한국 펀더멘털이 다시 원화 강세 요인이 되려면 시장에서 '언제 달러를 팔아야 하나'와 함께 '다시 원화를 사야 하나'로 질문이 바뀌는 시점이 와야 한다. (경제부 시장팀장)



    연합인포맥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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