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법] 美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 일시 : 2026-02-21 01:12:11
  • [트럼프 관세 위법] 美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



    (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하다고 미국 연방 대법원이 판단한 배경에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했다는 명확한 사실이 없고 역사적 전례도 없는 데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도 관세 부과에 관한 어떤 권한도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있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를 타국에 부과하는 근거로 IEEPA를 활용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의회는 모호하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

    연방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판결문에서 "본 법원은 오랫동안 의회 권한의 이례적 위임을 모호한 법전 문구로부터 읽어내는 것을 꺼려왔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은 특히 의회의 핵심적 권한인 '지갑의 권력(power of the purse)'과 관련될 때 강력하게 적용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의회의 관행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며 "의회가 자신의 관세 권한을 위임했을 때는 명시적인 용어를 사용했고 엄격한 제한을 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런 명확하고 제한적인 위임의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정부는 IEEPA가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무제한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석한다"며 "IEEPA가 존재해 온 반세기 동안 어떤 대통령도 이 법을 발동해 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고 이번과 같은 규모와 범위의 관세는 더더욱 없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역사적 전례의 부족과 결합한 권한의 폭에 대한 대통령의 주장은 해당 관세들이 대통령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음을 시사한다"며 "합리적인 해석자라면 의회가 그러한 중대한 정책적 결정을 다른 부처에 넘겨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비상사태 관련 법률이라고 '중대한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에 예외가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관세가 외교 문제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이런 원칙을 적용 불가능하게 만들지도 않는다"며 "관세의 외교적 영향이 있다고 한들 의회가 모호한 언어나 세심한 제한 없이 자신의 관세 권한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이례적인 권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지시했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중대한 질문 원칙은 미국 연방 대법원이 확립한 원칙으로 국가적으로 경제나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의 경우 행정 기관이 규제하려면 반드시 의회로부터 명확히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법리다.



    ◇"IEEPA 어디에도 관세는 없다"

    대법원은 IEEPA의 세부 조항 중 어떤 것도 관세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도 트럼프 관세 정책의 위법 요소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IEEPA의 구체적인 권한 중 관세(tariffs)나 부과금(duties)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며 "의회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독특하고 이례적인 권한을 전달할 의도였다면 다른 관세 관련 법률에서 일관되게 그래왔듯이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IEEPA에 담긴 '수입을 규제한다(regulate)는 권한이 그 공백을 메울 수는 없다"며 "많은 법률이 행정부에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정부의 규제 권한이 조세 권한을 포함한다는 그 어떠한 법률도 찾아낼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본 법원은 의회가 자신의 고유한 조세 권한을 IEEPA라는, 오직 이 법에서만, 일상적인 '규제' 권한 안에 숨겨서 위임했다는 점에 회의적"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또 "IEEPA는 대통령에게 수입 또는 수출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한다"면서도 "수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헌법 제1조 제9항에 나와 있다.

    대법원은 "의회가 IEEPA 법을 통해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했을 때 대통령에게 단독 재량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었느냐가 관건"이라며 "의회가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할 때는 이를 명확하게, 그리고 세심한 제약 조건과 함께 부여한다는 명확한 사용 패턴이 있지만 IEEPA에선 둘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규제가 IEEPA 내의 두 극단-긍정적 측면의 강제와 부정적 측면의 금지-사이에 위치하므로 당연히 관세를 포함한다는 주장도 무익하다"며 "관세는 국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 국내 수입업자에게 직접 작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명백하게 조세권의 일종이고 IEEPA의 다른 권한들과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연방 대법관들은 6대 3으로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냈다. 위법 판결에 반대한 3명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브렛 캐버너 대법관,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다.

    토마스는 1991년, 알리토는 2006년 임명됐다. 토머스는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 알리토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강경 보수 성향이다. 캐버너는 트럼프가 2018년 임명했다.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찬성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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