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빅테크, AI 관련 부채 대규모 은폐 가능…회계 허점 이용"
(뉴욕=연합인포맥스) 진정호 특파원 = 미국 빅테크들이 미국 회계 기준의 허점을 이용해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와 관련한 잠재 부채를 수백억달러 규모로 은폐할 수 있다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경고했다.
무디스는 2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국 회계 규정상 '한계'로 AI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의 리스 갱신 비용이나 미갱신 시 발생하는 비용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금액은 어느 쪽이든 막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무디스는 "공시 내용이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며 "회계상 부채가 미래에 발생 가능한 특정 시나리오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메타(NAS:META)와 오라클(NYS:ORCL) 등 점점 더 많은 하이퍼스케일러가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V)을 활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로 소유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SPV는 조건에 따라 해당 기업의 장부상에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이른바 '부외 금융(off-balance sheet financing)'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와 신용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관점에서 SPV로부터 데이터 센터를 다시 임대하는 장기 리스 비용은 부채나 다름없다는 게 무디스의 판단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일부 사례에서 기업들은 비교적 단기 리스를 체결하는 동시에 리스를 갱신하지 않아 데이터 센터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는 사실상 부채이지만 회계 장부상에선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미국 일반 회계원칙(GAAP) 기준으로 리스 갱신은 회계에 반영되기 전 "합리적으로 확실해야" 한다. 이는 통상 최소 70% 이상의 확률인 경우를 가리킨다. 리스 미갱신 시 발동될 수 있는 잔존가치보증(RVG) 비용은 발생 가능성이 유력한, 통상 50%를 넘을 때만 장부에 기록하면 된다.
무디스는 "데이터 센터에 설치된 주요 기술 부품의 내용 연수(감가 상각)가 보통 4~6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리스 기간 연장 결정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하드웨어에 추가로 얼마나 투자할지에 달려 있다"며 "지침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많은 리스 갱신 건은 '합리적으로 확실한' 기준에 미달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단적인 예가 메타와 블루아울캐피털(NYS:OWL)의 합작품이다.
메타는 블루아울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은 '베이넷 인베스터'라는 SPV를 통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하이페리온 데이터 센터 시설을 짓고 있다. 이 시설은 초기 4년 임대 후 최대 20년까지 갱신할 수 있는 옵션이 부여된다. 메타는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최대 280억달러의 보상도 보증하고 있다.
메타는 해당 투자의 세부 사항을 가장 최근 연례 보고서의 주석에 포함했으나 회사의 대차대조표에는 부채로 잡지 않았다.
무디스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기술 기업에 신용 등급을 부여할 때는 앞으로 미래 부채를 결정하기 위해 자체적인 확률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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