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의 FX환담] '인디언 기우제'가 끝나면 생기는 일
  • 일시 : 2026-02-24 10:48:43
  • [정선영의 FX환담] '인디언 기우제'가 끝나면 생기는 일



    (서울=연합인포맥스) 인디언 기우제는 100% 성공률을 자랑한다는 말이 있다. 비가 와야 끝나기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고환율에 대응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달러 약세를 바라면서 환율 안정책이 이어지고, 외환당국은 꾸준히 매도 개입에 나선다. 이 모든 일들이 마무리되려면 결국 환율이 내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우리 외환시장의 기우제는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작년 연말 종가관리로 1,484.90원까지 올랐다 1,430원대로 하락했는데 올해 들어 지난 1월 21일에 1,481원대에서 1월 28일 1,420원대로, 2월에는 1,475원대에서 1,439원대로 오르내렸다.

    환율이 빠질 만하면면 오르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달러-엔 하락,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 약세 용인, 상호관세 위법 판결 등 달러 매도 빌미가 불거졌지만 동시에 미국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 외국인 주식 순매도, 미국·이란 지정학적 위험 등 달러를 매수할 이유도 많았다.

    그래도 툭하면 치솟던 달러-원 환율 널뛰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달러 선호는 여전하다.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약간 식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양호하다는 인식도 그대로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안전자산 차원의 달러를 매수하는 경향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정학적 위험이 가중되거나 관세나 무역통상 위협이 이어질 경우 달러-원 환율 하락이 요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외환시장의 기우제는 마무리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달러 약세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ING는 이날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가 경기순환적(주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달러 약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달러 헤지 거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유로존 숫자가 좋아지면 유로-달러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내다봤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재정적,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도 달러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ING는 예상했다.

    서울환시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선을 밑돌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위재현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정책 효과가 기대 심리를 누르면 연내 1,300원 초반까지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날 뉴욕증시 하락을 유발한 시트리니 리서치 보고서는 전환점을 고민하게 한다.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소비를 둔화시켜 경기 침체와 증시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관론을 담았다.

    AI를 도입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절감한 비용으로 다시 AI에 투자하는 식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일리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증가를 주목하던 시장은 암울한 전망에 움츠러들었다. 실업률 급증과 경기 침체, 증시 붕괴의 충격이 이어져도 달러를 계속 살까. 그때 미국 달러자산을 대체할 자산이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런 장기적인 미래와 별개로, 이 보고서는 그동안 고공행진을 펼쳤던 미국 증시가 AI 비관론이나 경기침체 전망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 이는 지난해 달러-원 환율 급등세를 이끌었던 해외투자 열풍이 가라앉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제수지 기준 거주자 해외증권투자는 지난해 1∼11월 1천294억달러에 달했다. 코스피 역시 만만치 않게 오름세를 보였고, 반도체 관련 수출이 호조에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1,450원 선 아래에서 등락하면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인디언 기우제가 끝나고 나면 모든 위험이 해소되는가. 그렇지 않다. 다시 비가 안 올 수도 있고, 비가 너무 많이 오지는 않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환율 상승세가 가라앉는 시점에 다시 환율이 급등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환율이 급락하는 순간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외환시장은 과거 2004~2008년 조선업 수퍼사이클로 달러-원 환율이 1,000원 선을 밑돈 적도 있다. 지금과 달리 환율 하락을 방어하던 시기다. 물론, 1,400원대 고환율로 시름하는 때에 과거의 저환율을 언급하는 것은 과도한 걱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은 계속 움직인다. 환율은 급등할 때도 위험했지만 급락할 때도 위험했다. (경제부 시장팀장)

    syj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7.39포인트(0.13%) 상승한 5,853.48에 시작했다. 2026.2.24 sa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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