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시장 리스크, 수용 가능한 수준…펀딩 소스 다양화해야"
대미투자특별법 공청회…재정건전성 검토·경제안보적 국익 확보 주문
국회 사전보고 의무화 주장도 나와…'KIC 집행기관 활용'에는 의견 엇갈려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박준형 기자 =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대규모 대미투자 실행이 외환시장에 위험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투자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대미투자에 따른 재정건전성 영향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 결정 전 국회에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고 한국투자공사(KIC)를 집행 기관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양한 펀딩 옵션 있다면 외환시장 충격 완화될 것"
서은종 BNP파리바 대표는 24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현재 및 중기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대미투자 계획의 시장 리스크는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대미투자 계획은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캐시플로우(현금흐름)도 예측 가능한 투자 집행 계획"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코로나19 등의 상황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되는 위험 요인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들은 대미투자가 이뤄지더라도 환율이 아주 급등한다든지 나라가 정말 위기에 빠질 정도로 금융시장의 혼란이 오는 일은 사실상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달러-원 환율의 연말 예측치를 1,400원 혹은 조금 더 밑으로 보고 있는 해외 전문기관들이 다수"라며 "이것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을 보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미투자 집행 과정에서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펀딩 소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 대표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자금 조달 창구의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며 "외환시장, 외화자금시장, 국내외 채권시장 등 다양한 펀딩 소스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모든 자금 조달이 외환시장으로 이뤄진다는 과도한 기대 심리가 2025년 원화 약세 심리의 요인이 됐다"며 "따라서 다양한 펀딩 옵션이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전문적인 판단을 근거로 다변화할 수 있으면 시장 충격이 상당히 완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할 때 특정 레벨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서 대표는 "시장 불안정성에 대한 보완장치는 어떤 특정한 레벨을 합의해 시장에 공표하면 오히려 위험이 굉장히 크다"며 "한국의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미국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총괄적인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대미투자 재원으로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활용할 경우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에는 "기본적으로 외화를 바꿔서 투자하는 것보다 있는 돈의 미래 캐시플로우를 사용해 투자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조달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환율 시장으로만 너무 눈길이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미투자에 따른 재정부담·국내투자 여력 살펴봐야"
대미투자 손실에 대비해 잠재적인 재정 위험 관리 체계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안 기준 한미전략투자공사의 법정자본금은 3조원이며 정부가 예산으로 출자하도록 돼 있다"며 "또한 전략적 투자채권 발행이 가능하며 정부가 해당 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2조에 따르면 공사의 결산 순손실금은 적립금으로 보전하되 적립금이 부족할 때에는 정부가 보전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부연했다.
허 교수는 "이는 투자 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임을 의미한다"며 "손실 발생 가능성에 따른 재정 영향 역시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대미투자 실행에 따른 국내 투자 여력에 대한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연간 약 28조원 규모의 자금이 해외 투자로 전환될 경우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 및 산업 기반 강화에 활용될 수 있는 재정·금융 여력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미투자가 한국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대미투자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과 외환시장 안정성만 얘기하고 있다"며 "냉정하게 상업적 합리성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 국익과 경제안보에 부합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투자특별법안에는 어떻게 경제안보적인 국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기준은 뭐가 돼야 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IC 집행기관 활용' 놓고는 전문가 의견 엇갈려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미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전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고 KIC를 집행 기관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미투자에 대한 국회의 감시 기능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각 프로젝트별로 규모는 정할 수 있지만 사전 보고는 의무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낙 금액이 많기 때문에 최소한 1년에 두 번 정도는 국회 업무보고 또는 심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미투자 집행 기관과 관련해선, "종합적으로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KIC에 대미전략투자센터란 조직을 만들고 50명 내외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보이고 중장기적으로 전담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 있는 기관들 중에서 대미투자 업무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아예 없다"며 "그나마 법과 규정을 바꾸면 할 수 있는 게 KIC라는 게 저의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청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은 대미투자특별법에 명시된 대로 한미전략투자공사를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허 교수는 "수익이 국내가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창출될 가능성이 있어 미국에서 창출된 수익이 국내로 어떻게 환류될 수 있는지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며 별도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도 "시장 차원에서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유고로 운용하는 밸런스시트(대차대조표)와 투자를 운용하는 밸런스시트는 분리해서 하는 것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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