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채 제약 속 이종통화 활기…한국물 '최대 발행·최저 스프레드' 지속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고요했던 공모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이종통화 조달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달러채 발행이 제한되는 135일룰 등으로 한동안 휴지기를 맞았으나 대만(포모사본드)과 유럽, 호주(캥거루본드) 등 현지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의 조달에 속도가 붙은 여파다.
이종통화의 경우 135일룰의 제한에서 비껴가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달 빈도나 발행 규모가 비교적 큰 기업의 경우 달러채와 더불어 이종통화로 발행처를 다변화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종통화 시장에서도 한국물은 넉넉한 인기를 확인하면서 최대 발행 및 최저 가산금리(스프레드) 기록을 이어갔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에서 크레디트물의 스프레드 부담이 감지되고 있지만 한국물에 대한 투자 수요는 견조했다.
◇전 세계로 뻗은 KP…물량·금리 다 잡았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과 미래에셋증권의 포모사본드, 한국수출입은행의 캥거루본드가 프라이싱을 마쳤다.
지난 24일 주금공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유럽과 대만 시장 등을 겨냥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북빌딩 결과 주금공은 5년물 그린 커버드본드를 8억유로어치 찍기로 했다.
주금공이 그린 커버드본드를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소셜본드와 지속가능채권을 찍던 데에서 한 발 더 나간 행보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행보에 발맞췄다.
스프레드는 유로화 미드 스와프(EUR MS)에 29bp를 더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가 36bp였다는 점에서 투심에 힘입어 7bp를 낮춘 모습이다.
현재 유통 중인 유사 만기 채권 금리 대비 1bp가량 낮은 수준이다.
주금공은 당초 발행 규모는 7억유로 안팎이었으나 풍부한 시장 수요에 이를 8억유로로 늘렸다.
같은 날 프라이싱을 마친 미래에셋증권은 사상 최대 조달 및 최저 스프레드 기록을 경신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포모사본드 시장을 찾아 총 6억달러어치 채권을 찍기로 했다.
트랜치는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3억달러씩 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포모사본드 데뷔전을 마친 데 이어 이번 발행으로 정규 발행사(regular issuer)에 한층 가까워졌다.
특히 듀얼 트랜치로 단번에 6억달러를 마련한 점이 눈길을 끈다.
통상 한국물 포모사본드는 최대 5억달러 안팎에서 발행됐다. 이번 조달로 발행 규모의 지평 또한 넓힌 모습이다.
이번 채권은 미래에셋증권의 일반 달러채보다도 낮은 발행 스프레드를 달성해 대만 시장을 겨냥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3년물과 5년물 스프레드는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 대비 85bp, 88bp 더한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달러채로는 역대 최저 스프레드다. IPG는 3년물 110bp, 5년물 115bp였다.
흥행세는 이튿날 마무리된 수은의 캥거루본드 발행에서도 이어졌다.
수은은 15억호주달러의 규모로 역대 한국물 캥거루본드의 최대 발행 기록을 다시 썼다.
트랜치는 3년과 5년물 FXD로 각각 5억호주달러, 10억호주달러다. 5년물은 그린본드로 ESG 투자자를 겨냥했다.
스프레드는 3년과 5년물 각각 호주 스와프금리(SQ ASW·Semi-Quarterly Asset Swap Rate)에 42bp, 52bp를 더했다. 두 트랜치 모두 IPG 대비 6bp를 낮췄다.
이는 역대 한국물 캥거루본드 중 최저 스프레드이기도 하다.
지난 2024년 정부가 찍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보다도 낮은 발행 스프레드를 기록하면서 한국물의 금리 기준점을 또 한 번 끌어내렸다.
◇변동성 속 외화 조달 이상무…한국물 독주
최근 시장 변동성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출렁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외화 조달 활황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포모사본드는 미 대법원의 관세 위법 파장 및 미국·이란 갈등 후 첫 한국물 달러채 발행이었다는 점에서 이목을 모았다.
물론 대만 투자자를 주로 겨냥한 포모사본드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글로벌본드와 차이가 있지만 대외 변동성 속에서도 달러채 조달세는 건재했다.
포모사본드는 물론 유로화 커버드본드, 캥거루본드 등 이종통화 시장 역시 한국물 스프레드 부담이 커진 점은 부담 요소였다.
각국의 이종통화 시장 역시 한국물은 물론 크레디트물 전반의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축소되면서 투자자들의 저항 기류가 드러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주금공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스프레드에서도 엿보였다.
주금공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0bp 이상의 스프레드로 발행을 이어갔으나 이번 조달에서 이를 20bp대까지 낮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려도 상당했다.
연초 활황으로 유럽 채권시장의 크레디트물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자 최근 현지 투자자들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졌다.
다만 주금공은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발행 금리와 물량을 모두 잡으면서 인기를 확인했다.
캥거루본드 시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호주의 경우 최근 대규모 조달에 나선 현지 은행의 발행물이 기대보다 주춤한 성적을 거두는 등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받는 분위기가 드러났다.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수은은 도리어 현지 신규 투자자를 포섭하면서 주문배수를 끌어 올렸다.
정부·국제기구·기관(SSA) 발행사로서의 위상도 인기를 뒷받침했다.
시장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한국물 스프레드가 많이 내려온 터라 시장 유동성에도 투자자들이 다소 선별적으로 보는 상황"이라며 "발행사별로 금리 이점을 엿볼 수 있는 조달처가 다른 가운데 다양한 이종통화 시장을 찾아 금리를 절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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