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배경과 전망] 성장 회복과 금융 불균형 사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성장률이 회복세에 진입했지만, 금융 불안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며 올해 잠재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어 금리를 한 방향으로 조정하기에는 여전히 명분이 약한 상황이다.
지난 1월 금통위에 비해 외환시장 불안 우려나 수도권 집값을 둘러싼 부동산 과열 조짐이 크게 완화하기는 했으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한은 입장에서는 성장 회복세가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강한 것이 아닌데다 환율과 부동산 시장 안정도 확신하기 어려워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분간 금리는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3주 연속 둔화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월 1,480원대로 치솟았던 것에서 전일 정규장에서 1,430원 밑으로 떨어졌다. 약 50원가량 내린 셈이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작년 5월 금리를 인하한 후 7월과 8월, 10월, 11월에 이어 6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 경기는 양극화
이번 금통위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국내외 금융기관 19곳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화면번호 8852)에서 참가자 전원이 동결을 전망했다.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 인하 기조를 철회한 데다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금리 동결을 점치게 한 배경이다.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폭 회복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수출업종의 호조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K자형'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등 반도체와 비(非) 반도체 경기의 비대칭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데다 환율과 부동산,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것도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에 힘을 보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자영업자 등 취약 부문의 신용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금융 불안 누증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월 1,480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1,430원 안팎으로 하락했다.
환율 불안이 다소 줄어든 점은 맞지만, 엔화 움직임과 미·이란 충돌 우려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0%로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했다.
다만 최근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5개월째 오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물가가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지난 1월에 비해 과열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다주택자 대출 연장 규제 검토, 1·29 부동산 공급 대책 등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 올해는 금리 동결이 대세…내년 전망은 '분분'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조정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달 통화 완화 기조를 철회한 만큼 당분간 동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성장률도 잠재수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K자형' 양극화를 보이는 점은 금리 조정의 명분이 약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아웃풋갭이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환율이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글로벌 칩플레이션, 유가 반등세 등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우려 요인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물가가 자극되는 상황이 나온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금리 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경기를 떠받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수출이 주도하는 경기 회복세가 약해진다면 내년 이후에는 다시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환율은 다소 하락했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는 일부 둔화했다.
아직 안정세를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환율이 더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도 정부의 강력한 안정 의지가 더 효과를 발휘한다면 금융안정 변수가 통화당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물가와 성장률이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에 대해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새로운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따라 15%의 보편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150일 동안만 유효하다.
해당 이벤트가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점은 성장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도 크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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