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본드도 'K-프리미엄'…호주 은행과의 격차 넓히는 수은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물(Korean Paper) 발행 규모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조달통화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연간 막대한 물량을 찍어야 하는 주요 발행사들은 공급량 분산과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통화 시장 공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는 한국물 발행사들의 관심이 높은 이종통화 시장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시장 대비 변동성이 비교적 덜한 데다 자원 수출 호조 등에 힘입은 풍부한 호주달러 유동성 등의 영향이다.
올해는 한국수출입은행이 공모 시장의 포문을 열어 한국물 몸값을 더욱 높였다.
수은은 15억호주달러라는 최대 발행 규모를 찍어내면서도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호주 채권시장의 안방마님 격인 현지 대형 은행과의 금리차 또한 두 자릿수까지 벌리면서 역내 대표 발행사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했다.
◇최대 발행·최저 스프레드 경신…현지 은행 압도
27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수은은 내달 5일(납입일 기준) 15억호주달러(약 10억6천537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5억호주달러, 10억호주달러 규모다.
이번 조달을 위해 수은은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투자 수요 확인 및 프라이싱에 나섰다.
올해 첫 한국물 공모 캥거루본드 발행이었지만 기관들의 관심은 투자수요 확인 과정(IOI)부터 뜨거웠다.
24일 IOI 과정에서 이미 발행 규모의 두 배 이상의 주문이 몰린 데 이어 유럽과 미국을 거치면서 경쟁률이 배가됐다. 마지막까지 남은 수요는 67억호주달러에 달했다.
이에 수은은 3년과 5년물 스프레드를 고정금리 기준 호주 스와프금리(SQ ASW·Semi-Quarterly Asset Swap Rate)에 각각 42bp, 52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가 3년물 48bp, 5년물 58bp였다는 점에서 프라이싱으로 각각 6bp씩 스프레드를 낮춘 셈이다.
이는 호주 주요 은행과 비교해도 남다른 성과다.
이번 발행으로 수은은 호주 4대 은행 발행물 대비 15bp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했다.
지난해 해당 지표를 5bp 수준까지 낮추긴 했으나 두 자릿수까지 확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4대 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Aa2'로 수은과 동일하다.
S&P와 피치 기준으로는 수은이 이들보다 1 노치(notch) 높은 등급을 보유하곤 있지만 캥거루본드 시장에서 해외 발행사는 현지 은행 대비 친숙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열위한 여건일 수밖에 없다.
역외 조달 시 현지 기업보다 해외 발행사에 더 높은 스프레드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반면 수은은 현지 주요 시중은행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낮은 금리를 달성하면서 캥거루본드 시장에서의 한국물 몸값을 더욱 높였다.
이어 한국가스공사 등이 캥거루본드 발행을 준비 중이라는 점에서 수은의 이번 금리 절감은 후속 딜의 벤치마크 역할 또한 톡톡히 할 전망이다.
◇변동성 장세 무색, 현지 투자 저변 확대 주효
수은의 흥행은 현지 투자 저변 확대 등의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수은은 이번 발행에 앞서 호주 신규 투자자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갔다.
한국물을 담지 않고 있는 현지 투자자를 겨냥해 이들의 신규 유입을 위한 설득 작업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이달 호주 현지에서 진행한 로드쇼에서도 이들을 집중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갈등과 미국의 사모신용 투자사 블루아울의 일부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시장 노이즈를 키우는 각종 이슈가 발생하면서 캥거루본드 시장 역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호주 커먼웰스은행(CBA)조차도 이전보다 많은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지불하면서도 조달 규모는 시장의 예상보다 줄인 채 발행을 마쳤다.
반면 수은은 IOI 단계부터 압도적인 수요를 확인하면서 상이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현지 기관을 중심으로 초반부터 대규모 주문이 유입되면서 이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더욱 탄력을 받았다.
수은의 경우 정부·국제기구·기관(SSA) 발행사로서의 위상을 다진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초우량 발행사로의 입지를 구축하면서 호주 빅4 은행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앞선 달러채 발행물을 활용해 가격의 설득력을 높인 점도 스프레드 절감을 뒷받침했다.
수은 5년물 캥거루본드의 경우 앞서 유통시장에서 동일 만기 달러채 대비 높은 스프레드를 기록하고 있었다.
수은은 이를 상대적인 투자 매력 강조로 연결해 주목도를 높였다. 결국 압도적인 주문량을 바탕으로 5년물 캥거루본드의 스프레드를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3년과 5년 호주달러 커브 재구축으로 이어져 호주 은행과의 가격 차를 벌리는 데 일조했다.
수출입은행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딜은 ANZ와 미즈호증권, 노무라, UBS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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