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에 韓 주식·원화·채권 '트리플 약세'…유가 급등 최대 변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노현우 기자 =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중동 리스크에 한국 금융시장이 트리플 약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오전 10시22분 현재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23.0원 급등한 1,462.80원에 거래됐고, 코스피는 1.78% 급락한 6,132.96를 기록했다.
10년 국채선물은 전거래일보다 65틱 급락한 112.20에 거래됐고, 3년물 국고채 금리는 8bp 이상 급등(채권 약세)했다.
중동 리스크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견조한 흐름을 보였던 한국 금융시장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함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급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동에서의 전쟁 여파와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금융시장은 위험회피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1,460원대로 20원 이상 '껑충'…중동 위험 장기화 주목
달러-원 환율은 단숨에 1,460원대로 뛰어올랐다.
지난 2월 26일 달러-원 환율이 장중 한때 1,419.40원까지 하락한 후 반등하던 중이었으나 연휴가 지난 후 20원 이상 갭업된 레벨로 올랐다.
다만, 1,460원대로 레벨이 높아진 후에는 매수세가 더해지지는 않는 양상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중동 위험이 장기화될지 여부에 주목하며 시나리오별로 점검하고 있다.
환율이 다시 1,500원선 빅피겨(큰 자릿수)를 향해 급등할 수 있지만 중동 관련 시나리오별 전망에서 최악의 전망은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이영화 BNK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일부 선반영됐고, 시장 관심은 충돌 자체보다 장기화 여부로 이동하는 양상"이라며 "금융시장의 극단적 위험회피 반응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만큼 이에 따른 유가 급등, 물가 상승 우려는 확대됐다"며 "향후 시장 방향성은 분쟁의 확전, 장기화 여부, 유가 흐름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사태가 제한적 충돌 후 긴장이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달러-원 환율 상승과 함께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지만 유가는 상승 후 안정될 것으로 봤다.
부분 합의(스몰딜)가 이뤄진다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고, 증시가 오를 여지도 있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로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라면 환율 급등, 증시 급락, 유가 급등 국면도 열어놓아야 할 수 있다.
◇韓채권시장 급격한 약세…3년물 금리 8.3bp 급등
서울 채권시장은 가파른 약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중단기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오르면서 커브(수익률곡선)는 완만해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10시44분 현재 전 거래일 민평금리보다 8.3bp 올랐고 10년과 30년 금리는 각각 7.4bp와 6.3bp 상승했다.
증권사들은 3년과 10년 국채선물을 각각 약 9천계약과 2천900계약 순매도하며 금리 상승 위험을 일부 헤지했다.
이날 국고채 2년물 입찰과 다음 날 30년 국고채 입찰이 예정된 점도 채권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이란이 미국 공격에 강하게 저항하자 채권시장 우려도 커진 듯하다"며 "유가발(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초장기물 입찰 등 수급 재료가 맞물리면서 약세가 가팔라졌다"고 말했다.
◇코스피 2% 가까이 하락…삼전·하이닉스도 후퇴
이란 사태가 악화되면서 국내 증시는 2% 안팎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 2월 27일에 한때 6,347.41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연휴를 지난 후 6,100대로 반락했다.
고공행진을 펼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각각 20만9천500원, 102만6천원으로 3% 이상 후퇴했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세를 보였다.
LIG 넥스원, 한화시스템은 20% 넘게 폭등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40% 급등했다.
이란 사태로 국내 증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냉각되는 양상이지만 주가지수 급락폭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전쟁 위험으로 주가지수가 조정을 받았을 때 저점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박혜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 격언 중 'Buy when the bullets fly(총알이 날아다닐 때 매수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시장 영향은 무력 충돌로 인한 단기 변동성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며 "실제로 과거 미국 공습이 발생하던 시기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90년 걸프전을 제외하면 무력 충돌이 증시 조정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변수는 장기전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물가 자극으로 금리 정책이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 장기화 위험보다는 제한 시간 내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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