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 日 물가 긴급 대응…'새 정부 구상에 차질'
  • 일시 : 2026-03-03 14:36:01
  • [고유가 충격] 日 물가 긴급 대응…'새 정부 구상에 차질'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 또한 물가와 경제성장률,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일 이란 정세를 반영해 에너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회의를 열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각 부처에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물가, 일본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해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전날(현지시간) 페르시아만에서 미국과 영국의 석유 유조선을 공격했다고 발표한 이후 행해진 일본 당국의 긴급 조치로 풀이된다. 이란 해군도 모든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해협 주변에선 다수의 선박이 정박하는 등 사실상의 봉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기준으로 일본 관련 선박 약 42척이 걸프 지역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3대 해운사인 닛폰유센(NYK),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은 자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이미 중단했다.

    일본은 이란 원유 비중을 줄여 왔지만, 여전히 수입 대부분을 중동에 의지하고 있다. 에너지백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동은 일본 원유 수입의 95.9%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조달처 분산을 모색하고 있지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면서 중동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중동에서 일본까지는 유조선으로 약 20~25일이 소요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고 해서 즉각 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정체가 장기화하면 일본 정부가 석유 비축 물량을 방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정부와 민간을 합쳐 소비량의 254일분에 해당하는 원유를 비축해 둔 상태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는 비축유를 방출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일본 경제에 미칠 가장 큰 우려로는 물가 상승이 꼽힌다. 국제유가가 90달러 선에서 고공행진을 계속한다면 일본 내 휘발유 및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는 원유 가격이 35% 상승할 때 일본의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카이치 정권의 휘발유 감세 및 에너지 보조금이 물가를 0.9%포인트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원유 급등으로 그 효과가 절반 가까이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자극은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실질임금의 지속적인 상승세에도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정권의 물가 억제책에 힘입어 실질임금 증가율은 이르면 2026년 1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플러스 유지 기간은 단기에 그치고, 올봄 이후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전쟁이 장기화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 실질임금 플러스를 유지하려던 시나리오가 어긋나게 된다"며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31%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JRI)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최근 배럴당 67달러 수준이었던 원유 가격이 120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원유 수입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 GDP를 약 3%포인트 하락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까지 급등한다면, 일본 GDP는 0.65%포인트 줄어들고 물가는 1.14%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채시장이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BOJ)이 내건 2% 물가 안정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이는 BOJ에 조기 기준금리 인상 명분을 제공한다. 나아가 현 사태가 일본 정부에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압박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수반될 경우 국채 장기금리가 급상승할 위험이 있다.

    아울러 일본 해운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자동차 등을 운반하는 선박을 운항해 온 만큼 산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토추상사는 "중동 페르시아만 주변 지역에서 조달 계약을 맺은 원유와 석유 제품의 출하에 일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이란이 걸프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이어감에 따라 전날(현지시간) LNG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LNG 생산 중단은 일본의 에너지 공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에너지백서 기준 2024년도 일본의 중동 LNG 수입 비중은 10.6%로 크지 않다. 또 일본 정부는 3주간 소비할 수 있는 LNG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영향이 있더라도, 현물 시장을 활용하거나 전력회사 간 물량을 융통할 수 있다고 일본 당국자는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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