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의 FX환담] 1,500원 환율이 등장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외환시장에 1,500원대 환율이 등장했다. 지난 3일 야간 연장거래에서 1,505.80원까지 올랐다 반락했지만 환율은 다시 1,500원 선에 근접했다.
1,500원대 환율은 1,400원대 뉴노멀과 또 다른 양상이다.
물론 과거 위기 때 환율 고점에 비하면 1,500원 선은 위기 레벨의 초입이라 할 수 있다. 과거 2009년 3월 금융위기 환율 고점이 1,597.00원, 지난 1997년 외환위기 고점이 1,999.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때도 달러-원 환율은 1,500원대에서 급등한 후 단기간에 빠졌다.
주목할 점은 환율 1,500원 선이 뚫린 후에는 상당히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는 것이다. 과거 환율 1,500원 선이 뚫리는 상황은 위험회피 심리와 함께 수급도 사실상 매도 공백으로 치닫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외환당국 매도 개입 외에는 달러를 팔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서울외환시장에서 주요 기관들은 조금씩 1,500원대 환율 전망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란 충돌이 1~2주내 진정되고, 국제유가가 70~80달러일 경우 달러-원 환율은 1,455.00~1,475.00원을 기록한 후 하락하겠지만, 충돌이 1개월가량 지속되고 국제유가가 80~100달러로 상승 후 하락하면 환율은 1,470.00~1,500.00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최악의 경우 이란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제유가가 120~150달러까지 오르면 달러-원 환율도 1,500~1,5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일 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 갈등이 4~5주 지속되면 3월 환율 레인지가 1,450.00~1,550.00원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1,500원대 환율 전망은 우리나라가 원유를 중동지역에서 70% 가까이 수입하면서 유가 상승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은 물론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예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문제는 시장 변동성이다.
국내 증시는 이란 사태 이후 역대급 변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이틀 연속 각각 7%대, 12%대 급락한 후 9%대 급등했고, 코스닥도 14% 급락 후 14% 회복하는 식의 파도를 탔다.
환율 변동성도 만만치 않았다. 달러-원 환율은 하루 만에 40원 이상, 많게는 60원 가까이 치솟았다. 환율이 야간 연장거래 시간대에 1,500원 선으로 진입했던 것도 어쩔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까지 달러-원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변동성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막상 중동 위험으로 환율 1,500원 선이 뚫릴 때는 변동성 관리가 쉽지 않다. 큰 변동성은 그만큼 거래가 활발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대외 이벤트에 너무 취약한 자산이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환율 변동폭 확대가 당장은 중동 위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 상승과 국내 증시 급락이 합쳐지면서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이어지면 다시 환율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환율이 1,500원 선에 가까워졌음에도 외환시장이 패닉 상황은 아니다.
국내 달러 유동성은 상당히 견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 호조에 따른 달러 유입 기대도 크다. 외환시장에서는 대기업 네고물량도 꾸준히 유입되는 양상이다. 우리 금융시장은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있고, 외국인 배당금 지급도 예정돼 있다.
달러가 들어올 요인과 빠져나갈 요인이 혼재한 상황이다.
그때도 환율이 1,500원대에서 변동성이 크다면 어떨까.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고, 국내로 유입되는데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례적인 고환율인 만큼 달러 매도 타이밍으로 인식될 수 있고, 국민연금이 환헤지에 나설 여지도 있다.
최근 중동 리스크에 흔들리는 흐름을 보면 외환당국의 변동성 관리를 되짚어보게 된다. 앞으로 서울환시가 24시간 개장될 경우 과거와 같은 외환당국의 환율 밀착 관리가 쉽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만하다.
앞으로의 변동성 관리는 외환당국 개입을 넘어 수출입기업 물량과 외국인 자금, 국민연금 등이 본격적으로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상황을 겪어야 할 수 있다.
최근 중동 위험에 따른 막대한 시장 변동성은 원화를 비롯한 원화 자산의 회복탄력성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환율 1,500원대는 더 큰 시험대다. 큰 바다로 뛰어들려면 높은 파도를 감내해야 한다. 지금 원화는 폭풍을 겪고 있는 듯하다. (경제부 시장팀장)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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