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밀어올리는 外人 '셀코리아'…출구는 언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이란 사태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셀코리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8일 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종합(화면번호 3000)과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무려 20조원 수준에 달했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 치솟고 달러인덱스가 99선 위로 상승한 반면, 아시아·신흥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였다.
지난 3일부터 한 주 동안 국내 금융시장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코스피·코스닥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되는 등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3일 하루에만 5조원이 넘는 외국인 주식 자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코스피는 지난 5일 일간 기준 역대 최대 낙폭(-12.06%)을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증권사 외환딜러는 "최근 외국인들이 주식을 많이 팔고 있는데, 이러한 주식 순매도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B은행 딜러 역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하는 가운데 유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보면 (고환율 기조가) 단기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관측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 에너지 안정화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유조선이 피격되는 등 불안이 이어지면서 리스크 오프로 심리가 기우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분간 외국인의 주식 매도 규모가 (매수보다) 조금 더 많지 않을까 싶다"라면서 "사태가 해결된다면 (셀코리아 현상은) 조금 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 밤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정박 중이던 유조선이 피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 급등세를 자극하기도 했다.
상상인증권은 최근 주간보고서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 전후로 외국인의 국내 유가증권시장 주식 순매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신흥국 포지션 축소 흐름이 뚜렷하다"며 "위험회피 심리와 차익실현 욕구가 맞물리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질 경우, 달러-원 상승 압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중동 무력 이슈가 발생한 이후, 달러-원은 90일 전후까지 쉽게 레벨을 낮추지 못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전쟁 격화 시나리오에서는 환율 상단을 1,525원 수준으로 제시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증시 자금 중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이란 타격 이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하기 이전인 지난달 27일 118조7천억원 수준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4일 기준 약 132조원까지 불어났다.
이를 두고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로 상당 부분 받아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갭하락했던 코스피가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전고점이었던 6,347선 위로 추가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투자자 예탁금이 늘어나면서 개인 자금이 지수 하단을 그나마 떠받치고 있지만, 외국인이 계속 주식을 팔고 나간다면 결국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4월 우리나라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이후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으로 원화 가치가 일부 반등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환율은 대외 불확실성과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인해 당분간 1,400원 아래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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