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갉아먹는 유가…이란 사태로 원화값 얼마나 떨어질까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반도체 호황 속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란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흑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로 인해 달러화 유입이 줄어들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흑자는 132억6천만달러로 3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흑자 규모 역대 1위였던 지난해 12월 대비로는 54억4천만달러 줄었지만 전년 동월에 기록한 26억8천만달러 대비 무려 5배(397.4%) 급증했다.
반도체 수출이 경상 흑자를 이끌었다.
1월 수출은 반도체 수출이 102.5% 증가한 가운데 655억1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문제는 순항 중인 경상 흑자 경로 앞에 '유가 상승'이라는 암초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핵 협상을 진행하던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주요 원유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주변 산유국 정유 시설이 공격받는 등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에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임자로 선출해 사태의 장기화를 예상케 하고 있다.
이에 국제유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양국이 무력 충돌을 시작하기 직전에 배럴당 67달러 수준이었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결국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약 1주일 만에 60% 치솟은 것이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물가 상승을 유발해 소비를 위축시키고 교역 조건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직접적으로 상품 수입액을 높이고 수출 둔화 등 간접적으로 상품수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 등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지면 운임이 상승해 서비스수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경상수지가 워낙 좋아 달러-원 환율 상단이 막히고 있으나 이란 사태 추이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경상흑자 감소로 원화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원화 가치 하락을 유발하고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해 원화를 짓누르는데 달러 유입까지 줄어들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KB증권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한국의 무역 및 경상 수지가 연 150억달러가량 감소하고 달러-원 환율은 15원 정도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지난해 평균 대비 50달러 이상 높은 120달러까지 뛸 경우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통상적인 수출입 환경에서는 유가가 80~95달러까지만 올라도 적자로 돌아서지만 반도체 호황이 무역 적자를 유발하는 유가 레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KB증권은 이란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120~150달러까지 뛰게 되면 달러-원 환율이 1,500~1,55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올려잡는 기관도 등장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평균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1,420원에서 1,44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환율 전망치는 각각 1,465원과 1,440원으로 종전 대비 15~20원가량 높였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위험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완화되더라도 교역 조건 악화와 국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직접적인 에너지 공급 차질 등을 감안할 때 달러-원 환율은 기존 예상 경로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전망보다 유가 레벨이 높아져 달러-원 환율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흑자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원유 수입단가 하락에 따른 교역 조건 개선이 있었는데 유가 수입단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한국의 경상흑자 폭을 줄여 원화의 평가절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유가 상승세가 진정될 수 있고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예단하긴 어렵지만 과거 2025년 6월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사례를 보면 유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후 하락해 경상수지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전 이코노미스트도 "원유 수입 단가 상승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어 본질적인 경상흑자 기조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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