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에 가로막힌 李 "한두달 뒤 환율 1,400원 전후" 전망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예상 환율을 1,400원 수준으로 제시했던 시점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최근 달러-원 환율의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해당 발언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예상 환율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달러-원은 해당 발언과 국민연금의 국내투자 확대 계획 소식 등을 소화하며 장중 1,481.40원에서 1,467.70원까지 밀렸다. 일일 변동폭은 13.70원에 달했다.
이후 달러-원은 방향성을 탐색하며 지난달 26일 1,419.40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타격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9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은 이후 큰 폭으로 갭상승을 했다.
정규장에서 1,470원~1,480원대를 오르내리며 연고점을 경신했고, 야간 연장거래에서는 지난 3일 1,505.80원, 지난 6일에는 1,495.00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위험회피 심리 속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환율을 밀어올렸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만 해역의 안전 보장을 선언했지만 현재로선 우려가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2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모두 불태우겠다고 위협한 이후 민간 선박이 피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간밤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아랍에미리트(UAE) 선적 예인선이 미사일을 맞고 침몰해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미국과 이스라엘 군은 테헤란과 그 인근의 석유 시설 5곳을 공격하는 등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 여파로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전 7시께 국제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했고, 원유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 쿠웨이트와 UAE는 감산에 들어갔다.
이에 정부는 UAE에서 원유 600만 배럴 이상을 긴급 도입하기로 확정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해당 조치가 단기간에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규장에서 이달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중심으로 하방 경직적 흐름을 이어가되, 상단은 1,490원~1,500원대에서 막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하는 가운데 유가가 계속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고환율 기조가) 단기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며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유조선이 피격되는 등 불안이 이어지면서 리스크 오프로 심리가 기우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앞서 대통령의 환율 관련 발언이 시장 개입성으로 나왔을 당시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쏠림도 일부 완화하는 것 같았고,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많이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이에 당시에는 상반기에 1,400원대 초반까지 확실히 하락할 것으로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4분기에 1,300원대 후반으로 내리는 전망은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면 3월 중 1,400원대 초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연간 평균 환율도 기존 전망보다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야간거래에서 달러-원이 1,500원대까지 오른 데 대해서는 '이례적인 가격 형성'이라고 평가했다.
정규장 마감 후 런던·뉴욕 등 역외 시장에서 군사적 충돌 관련 소식에 NDF 가격이 급등했고, 런던 현물시장에서 얇은 호가 속 투기적 거래가 유입되면서 일시적으로 1,500원대 체결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연장거래 시간대에는 외환당국이 강하게 관리하기가 다소 어렵다"며 "다만,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더라도 정규장에서는 당국이 관리에 나서면서 1,490~1,500원대 레벨에서 상단을 강하게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중동 정세 대응을 위한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경제와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응 방안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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