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 금융위기급 환율…1,500원 목전에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정규장에서 1,490원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동을 둘러싼 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서고, 국내 증시가 잇따라 급락하는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한 여파다.
9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499.20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12일 장중 고점(1,500.00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아시아 통화에 전반적으로 약세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원화가 특히 약세 '직격탄'을 맞으면서 갭상승 출발했다.
시장에서는 장중 수출업체 네고 물량도 일부 발생했으나, 상단이 열릴 경우 업체들도 추가 상승 기대감에 네고 물량을 보다 소극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중동 정세 대응을 위한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경제와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응 방안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롱심리↑
이날 달러-원 환율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하단이 떠받쳐졌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 26분 기준 전장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111.24달러까지 올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민간 선박이 피격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원유 수송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했고, 원유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 쿠웨이트와 UAE는 감산에 들어갔다.
원유 100%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중동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로 에너지 수요가 큰 만큼 유가 급등에 치명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시장에서는 원화 약세 베팅이 크게 증가하면서 역외 롱심리도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연속…국내 금융시장 '패닉'
지난주 말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 마감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셀'을 나타냈다.
이날 코스피가 하락 출발해 장 초반 5,100대까지 밀린 가운데 오전 9시6분께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변동으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이어 오전 10시31분께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전 종목의 매매를 20분간 멈추는 조치로써,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8% 급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지난 4일에 이어 3거래일 만에 또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면서 코스피가 멈춰 선 것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주 7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1조8천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날 오전 3.4%대까지 치솟는 등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모습이다.
이에 국내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달러-원에 상방 압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상단 최고 1,510원…당국 개입 주시
시장에서는 이번 주 환율 상단을 최대 1,500원대 초반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날 주간보고서에서 환율 전망치 상단을 1,510원까지 올려잡았다.
KB국민은행은 "유가 상승은 원화에 직접적인 부담 요인"이라며 "한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인 만큼, 유가 상승시 경상흑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중기적으로 국내 달러 수급 여건을 악화시키며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달러-원은 1,500원대 재진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주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까지 발표될 예정이라,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재용·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3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며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진다면 금융시장 불안과 자금이탈이 더해져 1,500원을 다시 쉽게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장중에는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물량도 일부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해 연말과 같은 대규모 실개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중동상황 점검 TF 회의를 열고 "현재 금리 및 원화환율이 중동 지역 리스크로 인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필요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달러-원은 1,490원대 중후반에서 횡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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