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국고채 단순매입에 시그널 효과 기대…추경 언급엔 '싸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한국은행이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구두개입성 발언을 한 것에 이어 국고채 단순매입을 통한 직접 개입에 나섬에 따라 채권시장 안정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은의 이같은 개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1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전일 장 마감께 공지를 통해 3년물과, 5년물, 10년물 등 총 3조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의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설명해 이번 개입이 시장 안정 목적임을 분명히했다.
대상 종목은 3년 지표물인 25-10호, 5년 지표물인 25-8호, 10년 지표물인 25-11호와 3년 비지표물인 25-4호, 10년 비지표물인 24-13호다.
앞서 한은은 중동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금리와 원화 환율이 중동 지역 리스크로 인해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필요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단순매입 규모는 지난 2022년 9월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번에 75bp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3연속 단행한 때와 같은 수준이다.
당시에도 미국발 대외 충격으로 인해 국고채 금리가 급등했다.
작년 12월 초 1조5천억원 규모로 단순매입이 진행된 바 있으나 이는 국고채 만기와 맞물려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 대상 증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은은 밝힌 바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순매입 규모가 2022년과 같은 역대 최대 규모로 이번 개입을 통해 한은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규모나 만기를 봤을 때 상당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면서 "3조원 수준이면 단순매입 전례 중에 상당히 큰 편인데다 지표물 위주로 3, 5, 10년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시장 금리 변동성 완화 의지를 매입 이유로 밝힌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A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지표와 바스켓채권을 매입하는 거여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주 발표했더라면 전날 가격이 이렇게까지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민평금리 기준 전날 3.40%로 올라 18bp 급등했다.
아직 국고채 금리의 고점을 확인한 상황은 아닌데다 유가와 환율 급등이 언제 진정될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한은이 시장에 '개입이 시작됐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유가만 오르지 않는다면 이번 개입을 계기로 상단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대외 이슈다보니 확신이 어렵다"면서 "(단순매입이) 일시적인 재료라고 보기보다는 직접 개입 및 시장안정 프로그램 가동이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A 딜러 역시 상단을 확인하려면 "환율과 유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시그널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심리가 매우 취약해져 단순매입으로 시장이 안정될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B증권사의 채권딜러는 "결국 4월 미중회담에서 두 국가의 정상이 만나서 해결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란과의 전쟁을 레버리지로 이용해 중국을 때리는 게 목적인 걸로 보여 중국과의 협상이 문제"라고 짚었다.
아울러 김용범 정책실장이 유가 급등과 관련해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등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가능성에 대해 "재원이 필요하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것에 채권시장은 우려를 표했다.
가뜩이나 공급 확대 우려에 연초부터 채권시장이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추경으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진다면 또다른 악재가 등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C증권사의 채권딜러는 "100조 시장안정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해놓고 추경 언급이 다시 나오면서 채권시장 안정이 다소 저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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