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투자] 인플레는 경제만 잡아먹지 않는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중동 상황이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로 번졌다. 현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유가에 따른 우려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이는 원유 공급이 전면적으로 막힐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진 탓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미국의 이란 공습 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한때 120달러 직전까지 올랐으며 현재는 80~9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상황이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와 같은 단기 이벤트일 것으로 판단했던 게 패착이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곳곳에 악재지만 그중에서도 국외 에너지 의존도가 제일 높은 나라들이 있다. 일본계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중동 에너지 수입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호르무즈 해협 취약도를 100.8로 매겼다. 이는 101.2인 태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100.4와 100.5였다. 이 증권사는 중동 상황이 아시아에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 침체)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제안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뿐 아니라 민심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까지 오르면서 40년 만에 등장한 고물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앞서 1980년 미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가 이긴 것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선거에 앞서 1970년대 후반에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있었고, 이는 당시 지미 카터 민주당 출신 대통령 후보를 침몰시켰다. 지정학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은 197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57건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된 비율은 58%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중동발 인플레 기대가 앞으로 더 심각해진다면 올해 예정된 각종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게 뻔하다. 이는 현재 각국의 정권을 차지한 여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여지가 크다. 올해 4월에는 헝가리와 페루에서 총선이 있고, 우리나라는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10월에 브라질 총선, 11월에는 미국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중간선거가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반대로 중동 상황이 개선될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유가 급등에 놀라 매일 이란 상황이 곧 끝난다고 반복해서 SNS에 언급하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이란 전쟁 이후 17% 급등해, 2024년 8월 이후 1년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것이 서민 부담이다. 이 대통령은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경 편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 우려는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인플레 기대가 큰 상황에서 트럼프가 지명한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이라도 기준금리를 쉽게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10%대에, 우리 국고채 5년물은 연 3.5%대에 있다. (디지털뉴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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