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법' 한고비 넘겼다…美 '무역법 301조' 조사·환율 불안정은 숙제
특별법 공포 이후 3개월 뒤 시행…한미투자공사, 이르면 상반기 출범
美,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촉각…"대미투자, 외화 수급에 간접 영향"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미국발 관세 인상 리스크가 일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미투자 이행과 별개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개시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대미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외화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한미투자공사, 이르면 상반기 출범할듯
한미 관세협상을 이행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은 12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집행할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사 자본금은 2조원으로 정부가 전액 출자한다. 이사 수는 3명, 공사 총인원은 50명 이내로 운영한다.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해 공사 사장과 이사는 금융 분야나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아울러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통상부 산하 사업관리위원회, 재정경제부 산하 운영위원회와 별도로 공사 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사엔 한미전략투자기금이 설치된다. 기금 재원은 공사 출연금, 위탁기관 사전 동의를 얻은 위탁자산, 한미전략투자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자금 등으로 마련된다.
기금은 추후 미국 행정부가 지정한 투자기구에 대한 출자와 투자, 조선 협력 투자지원을 위한 대출·보증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특별법은 공포일 이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공사의 공식 출범도 석 달 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특별법 시행 시점에 맞춰 올해 상반기 안에 출범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미투자 집행을 책임질 사장은 공사 설립 이전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가 신설될 당시에도 출범 10여일을 앞두고 이강원 초대 사장이 내정된 바 있다.
법안에 따르면 공사 사장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경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3년이다.
◇美 관세압박 우려 여전…외화수급 악영향 우려도
정부 안팎에선 이번 특별법 입법으로 한미 통상 관계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별법이 국회 최종 문턱을 넘은 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관세 재인상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통상 현안을 협의하고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백악관 측의 긍정적인 신호를 전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 8일 귀국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에 우리 국회의 특별법 처리 상황과 투자 이행 의지를 상세히 설명했다"며 "백악관과 상무부 모두 한국의 입법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예정대로 통과될 경우 우려했던 관세 재인상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한중일 등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 만큼 대미투자 이행과 별개로 추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조사가 '과잉 생산 능력과 연관된 불공정 무역 관행', 그리고 '강제 노동에 의한 상품 생산' 등 두 가지 이유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이 일부 한국 수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다양한 행정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규모 대미투자로 외환시장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전문가들은 대미투자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위험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외화 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미투자가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연간 200억달러의 달러 공급 축소가 더해지는 만큼 외화 수급은 간접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당국은 이런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대미투자가 환율 불안을 부추기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연례협의단과 만나 "대미투자 프로젝트는 기성고에 따라 투자하며 연간 200억달러 한도 등 재원 부담이 중장기적으로 분산되고 외환시장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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