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외국인 주식자금 썰물' 직면한 환율, 과거 위기 재조명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이란 전쟁에 외국인 주식자금이 지난 2월에 역대 최대 수준으로 유출된 가운데 서울외환시장에서 과거의 전쟁과 위기 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2월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3월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지만 달러-원 환율 변동폭은 당시의 절반 수준이다.
달러-원 환율 월중 고점과 저점 차이는 2020년 3월에 116.10원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 2월에는 55.90원으로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올해 3월 달러-원 변동폭 역시 약 50원 이내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일 '2026년 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서 외국인 주식 자금이 2월에 135억달러 순유출되면서 지난 2020년 3월 110억4천만달러 순유출 규모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환율 패닉장세는 제한적…고점 매도에도 위험회피는 지속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은 2월에 이어 3월에도 이어졌다. 이란 전쟁이 3월에 본격화되면서 주식시장과 채권, 외환시장 충격파가 커졌다.
달러-원 환율 변동폭은 크지만 환율이 1,500원선에 가까워지면 고점 매도물량이 유입되는 양상이다.
레벨 부담이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환율이 하루 20원 이상 급등락하는 장세가 이어졌음에도 패닉 장세로 치닫지는 않았다.
서울환시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1,506.50원까지 장중 고점을 높였지만 다시 1,450~1,500원 레인지에 머무르며 중동 사태 관련 위험회피를 반영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 흐름은 파도를 탔다.
코스피는 지난 3일 하루 만에 7.24% 급락한데 이어 4일에는 12.06% 폭락했고, 이후 5일에는 9.63%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2월에 역대급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에 이어 3월에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만만치 않았던 만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신중한 움직임을 보였다.
달러-원 환율이 큰 폭으로 갭업 개장한 후에 장중 변동폭은 제한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외국인 주식순매도 관련 달러매수가 일어도 수출대기업의 네고물량이 꾸준히 유입되고, 외환당국 개입 경계도 지속됐다.
한 서울환시 외환딜러는 "레벨이 연고점 부근이라 파는 물량도 많은 것 같다"며 "이란 전쟁이 극적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기 종결 가능성을 보던 시장은 점차 장기화를 프라이싱하면서 리스크오프(위험회피)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흐름 촉각…100달러대 유가 지속 여부에 '흔들'
달러-원 환율은 이번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여파가 고유가 국면을 얼마나 끌고갈지 주목하고 있다.
전일 아시아장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자 달러-원 환율은 바로 상승폭을 키웠다.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달러 매수세가 다시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유가가 3개월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점을 떠올리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거래일 기준으로 10여일 지난 후 국제유가가 다소 진정됐지만 그후 3개월 이상은 고유가 수준이 이어졌다"며 "올해 미국 이란 전쟁에서도 유가가 급등했고 다음주면 3주째가 되며, 유가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완화 운신의 폭 좁아져…3월 점도표 주목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020년 3월과 확연히 달라진 점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여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2020년 바이러스 확산은 경제 활동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며 중앙은행 긴급 금리인하를 촉발했다.
하지만 최근 중동 위험은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유발하고 있어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4월 연준의장 교체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인하 기대는 연내 한번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인 제롬 '너무 늦는'(Too Late) 파월은 지금 어디에 있나"라면서 "그는 다음 회의를 기다리지 말고 즉각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점도표에 주목하고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정 속 고유가 충격으로 3월 점도표가 상향 조정될 우려가 있다"며 "3월 FOMC 이후 금리인하 기대가 재조정되면서 장단기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애널리스트는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소화했던 3월 FOMC와 상황이 비슷하다"며 "2022년과 달리 지금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불안정해 인플레이션 압력 재점화는 향후 금리인하 결정에 신중함을 높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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