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터치] 유가 쇼크에 금융위기급 레벨
  • 일시 : 2026-03-16 10:16:56
  • [1,500원 터치] 유가 쇼크에 금융위기급 레벨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정규장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웃돌았다.

    16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개장가에서 전일 대비 7.30원 오른 1,501.00원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이 정규장에서 1,500원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지난 3일과 13일 야간 시간대에서 달러-원 환율은 1,500원을 웃돌며 각각 1,506.50원, 1,500.90원에 고점을 기록했으나 정규장에선 고점 매도 물량과 당국 경계로 꾸준히 눌렸던 레벨이다.

    국제 유가가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 무렵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자 달러-원이 개장과 동시에 '빅 피겨(big figure)'를 돌파했다.

    이번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가 길어지면서 중동발 에너지 공급 충격 가능성이 부각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유가 안정에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은 나라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나라들이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며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거론했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330만 배럴(b/d)로 글로벌 공급의 약 4.5%를 차지하며 한국의 경우 원유와 석유화학산업의 주 원료인 납사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내 수입되는 납사의 절반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 WTI·브렌트유 모두 100달러 넘어서

    교전 초기 브렌트유가 하루 만에 6% 이상 급등하자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이미 야간 시간대에서 1,500원을 웃돌았다.

    이후 중동 전쟁 기간에 대한 시장 기대 심리에 따라 달러-원은 유가에 연동해 변동성을 나타냈다.

    전쟁 초기 유가가 전쟁 조기 종료에 대한 기대로 밀려났다가 현재 교전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우세하자 유가는 재차 100달러 부근으로 레벨을 다시 높였다.

    시장에서는 유가 급등이 에너지 수입국의 통화 약세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원화는 이달 초 이후 미 달러 대비 3.84% 절하돼 주요 아시아 통화의 절하율을 웃돌았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경우 각각 2.23%, 0.67% 절하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호주 달러는 1.93%, 말레이시아 링깃은 1.22% 절하됐다. 필리핀 페소는 3.48%, 인도 루피와 대만 달러도 각각 1.63%, 2.29% 절하됐다.

    아시아 통화 외 주요 신흥국 통화에서는 러시아 루블이 3.80% 절하됐고 주요 원자재 관련 통화인 브라질 헤알도 3.72% 절하돼 원화의 약세폭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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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한은 물가 전망 변수…'매파 리스크'

    국제유가 급등에 원화가 민감히 반응하는 것은 한국의 경기 및 물가 전망에 적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유가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관련 전망에 주요 전제 조건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0.2%포인트(p) 올린 2.0%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망의 전제는 브렌트유 연평균 64달러 수준이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65달러, 63달러를 가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연간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약 0.1~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물가 전망의 전제 조건보다 유가가 20%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된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분기 내내 이어질 경우 물가 전망 상향 조정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 영향은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상황 초기 단계라 불확실성이 높아 유가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전쟁 장기화 시 경기·물가 동시 충격…금리 기조 바뀔까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경기와 물가에 동시 충격이 가해져 원화 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중동 충돌이 글로벌 경기 심리를 훼손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연초 미국 주요 심리지표가 강하게 반등했지만 이란 전쟁 발발로 되돌림이 예상된다"며 "갈등이 4∼5주 이내에 진정되면 일시적 심리 훼손에 그칠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실물 지표까지 부정적 파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유가가 월평균 90∼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해 수개월 지속될 경우 경기와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경기 둔화 국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외국계증권사 외환딜러는 "당장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부터 금리 경로에 대해 완전 중립 기조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여름까지 이어지면서 유가가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7월이나 8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1,500원 안착 여부·당국 대응 변수

    다만 이날 환율이 1,500원을 웃돈 뒤 빠르게 1,490원대 부근으로 되밀린 만큼 단기적으로 상단 저항은 약하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계증권사 외환딜러는 "1,500원 위에선 업체 네고 물량이 활발히 나오고 있어 이후 저항이 강해질 경우 신규 숏 포지션이 유입될 수 있다"며 "이번 상승은 국내 요인보다 글로벌 리스크오프 성격이 강해 당국도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160엔 부근까지 접근할 경우 일본은행(BOJ)과의 공조 개입 여부도 변수"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이번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장기화되면 인플레 고착화가 심해지면서 1,500원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시장은 헤드라인에 따라 움직이며 예측이 되지 않고 있어 포지션 잡기도 어렵고 그저 대응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하는 등 자산 전반에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리스크오프 흐름이 본격화될 경우 올해 초까지 시장의 심리를 주도했던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증시 및 환율 변동성 역시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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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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