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반도체"…원화값 덜 떨어지는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이란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달러화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반도체'가 여러 경로로 하락 압력을 상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로 막대한 규모의 달러화를 벌어들이고 증시 강세도 견인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까지 유도하고 있어서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환율은 1,500원선을 넘나들며 2009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낙폭은 제한되는 흐름이다.
이란 사태가 조기에 해소될 가능성, 당국 경계감 등이 원화 급락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반도체 호황도 원화 하락 방어의 한 축으로 꼽힌다.
일단 반도체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화 규모가 상당하다.
가깝게는 이달 1~10일 수출은 215억달러로 전년 대비 55.6% 급증했는데 반도체 수출이 대폭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
전체 수출의 35.3%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무려 175.9% 증가했다.
연초부터 반도체는 우리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수출은 반도체 수출이 102.5% 증가한 가운데 655억1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이에 힘입어 경상흑자는 132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배나 급증하면서 3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월 수출은 674억5천만달러인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60.8% 급증한 251억6천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화가 꾸준히 공급되는 것은 달러-원 환율 하방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최근 외환시장에서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적극적으로 출회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대기업의 환전 물량이 유입돼 네고가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기업이 최근 국내 채권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앞서 대규모 환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반도체 테마가 이끄는 코스피 상승세도 원화 가치를 지지한다.
가파른 상승세, 높아진 투자 매력으로 외국인 투자, 즉 달러화 유입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본시장 부양 정책 속에 호황을 맞은 반도체 대기업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반년 전만 해도 3,000대였던 코스피는 최근 6,300까지 치솟으며 역대급 오르막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주가 역시 6만원대에서 20만원 안팎까지 뛰었고, SK하이닉스 주가도 20만원대에서 100만원 위로 올랐다.
최근에는 두 기업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해 코스피 상승의 견인차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난 2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상당 규모로 매도하고 있으나 반도체가 이끄는 우리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HSBC는 최근 2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기술주 중심으로 주식 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 투자를 위한 달러화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 가치를 지지할 것이란 예측이다.
수출부터 외국인 투자까지 반도체 기업으로 인한 원화 강세 효과는 중동 리스크 속에서 원화 가치를 떠받치는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리서치 총괄 전무는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올해 반도체 수출이 3천800억달러로 전년 대비 2배 늘어날 것이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하더라도 경상수지가 연간 2천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수입 물가 상승 부담에도 반도체 사이클 주도로 경상 수급이 호전되면 환율이 하락한 경험이 있다"면서 "유가가 80~9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경우 달러-원 환율 역시 1,400원대 중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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