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속삭임' 경계하는 신현송…한은 점도표식 소통 변화 오나
  • 일시 : 2026-03-24 08:38:28
  • '중앙은행의 속삭임' 경계하는 신현송…한은 점도표식 소통 변화 오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조건부 금리전망)에 회의적인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창용 현 한은 총재 체제 말기에 처음 도입된 한은의 새로운 점도표식 소통 방식이 신 후보자 체제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시장은 합리적 개인 아냐…단순한 메시지가 훨씬 효과적

    신 후보자는 지난해 7월 한 외신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한계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기대했던 것처럼 정확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구속력 있는 약속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또 "시장은 단일한 합리적 개인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주체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중앙은행이 시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하나의 이성적 상대로 여기는 것 자체가 범주 오류라고 짚었다.

    그는 "시장은 헤드라인에 고착된다"며 "작은 글씨의 단서 조항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아무리 조건부 단서를 달아 충분히 설명해도, 시장은 결국 가장 단순한 메시지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 결과 상황 변화에 따라 방향을 바꾸면 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시장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시장에 비합리성을 귀속시키는 것 자체가 실수"라며 꼬집었다.

    결론적으로 "더 많이 말할수록 시장과의 상호작용은 더 복잡해진다"며 "단순한 메시지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이 "우리를 어른으로 대해달라, 더 많은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음 회의에서 무슨 결정을 내릴지 미리 말해달라는 것"이라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했다. minfo@yna.co.kr


    ◇ 더 크게 말할수록 자신의 메아리를 크게 듣는 중앙은행

    신 후보자의 이같은 시각은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2017년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중앙은행이 너무 많이 말할 수 있나(Can Central Banks Talk Too Much?)'라는 제목의 오찬 연설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연설에서 신 후보자는 "중앙은행이 더 크게 말할수록 자신의 메아리를 들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에코 챔버'(eco chamber·반향실) 즉, 중앙은행이 자기 메아리를 경제 신호로 오해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중앙은행의 발언과 행동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면, 시장 가격이 갖는 신호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연설에서 신 후보자는 "시장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점도 반복해서 언급했다.

    그는 "예측가능성과 점진주의는 미덕이 아닐 수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시장이 틀어지지 않게 하려고 더 많이 속삭일수록 더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더 잘 들으려고 몸을 기울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이후 인플레이션 스와프 금리가 국채 금리와 똑같이 움직였던 사례는 당시 ECB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하게 쓰면서 결국 '자신의 말'에 갇힌 것과 같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ECB가 당시 인플레이션 스와프 금리가 떨어지며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스와프금리가 조금만 떨어져도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결국 두 지표가 항상 같이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당초 ECB가 인플레이션 스와프 금리를 보는 이유는 시장의 물가 전망을 보겠다는 것이었으나 이 지표가 물가 전망이 아니 ECB 발언에 대한 반응만 담게 됐고, 이것이 바로 '에코 챔버'를 만든 것이라고 신 후보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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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8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취지의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특정 시기의 측흥적 발언이 아닌 그의 오랜 신념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8년에는 공저자로 참여한 '중앙은행 포워드 가이던스와 시장 가격의 신호가치'라는 제목의 학술논문에서도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중앙은행 스스로가 만들어낸 시장 신호를 마치 외부 정보인 양 다시 받아들이는 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특히 이같은 상황을 '거울을 처음 본 원숭이'로 비유하며 "원숭이는 자신의 반영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반영한다"고 짚었다.

    ◇ '출구전략' 필요성 지적…소통 변화 주목

    이러한 철학은 한은의 소통방식과 직결될 수 있다.

    한은이 지난 2월부터 처음 제시하기 시작한 6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인 점도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도표를 벤치마크 삼은 것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나왔다.

    신 후보자의 평소 논리대로라면 이처럼 다수 위원이 각각 금리 경로를 공개하는 방식은 시장에 '약속'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신 후보자는 "항상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사용할 때는 나중에 되돌릴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면서 "특정 상황이 지속되는 한 현재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시장에 안내했더라도 실제로는 그것을 뒤집고 빠져나오고 싶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신 후보자가 총재 취임 후 당장 점도표 폐지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막 도입한 제도를 총재 교체와 함께 바꾸는 것은 그 자체로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점도표의 운용 방식을 보다 단순화하거나 개별 위원의 세밀한 경로 공개보다 집합적이고 방향성 있는 메시지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소통 스타일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24일 한 시장전문가는 "불확실성 하에서는 당초에 제시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와 실제 행동이 달라졌을 때는 신뢰성이 저해될 수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확실성이 클 때 조건부로 중앙은행이 생각을 제시했을 때 시장 기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제 막 시작한 제도를 한은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이며 효과적일지를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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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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