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투자] 금리 인상도 쉬운 게 아니다
  • 일시 : 2026-03-25 10:52:58
  • [이종혁의 투자] 금리 인상도 쉬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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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중동발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앙등에 대한 두려움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선 이란이 원유 수송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 기준물 중 하나인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올랐고, 달러-원 환율은 1,500원 선을 뚫었다.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이제 이란과 협상이라는 독자적 대응에 나서야 할 상황에 부닥쳤다. 이런 시기에 채권시장에선 팬데믹 때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오판했던 경험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이 이번엔 선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올해 연준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는 점도 인상론자들에겐 좋은 땔감이다.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할 때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약해진다면 아서 번즈 전 연준 의장 시절의 경험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1970년대 미 경제는 베트남 전쟁 후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재선을 위해 경기 부양이 필요했던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번즈 의장을 압박해 금리 인하를 관철했다. 이후 오일 쇼크로 미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또 금리를 내렸으나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서 연준은 결국 금리를 인상해야만 했다. 일관성 없는 통화정책이 인플레 억제에 실패해 고물가와 침체를 초래했다는 줄거리다.

    국내외 여러 금융회사도 최근 내정된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와 관련해 한은이 이르면 5월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내고 매파적인 스탠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바클레이즈는 신 후보자를 다소 매파적인 경제학자라고 분류했고, 씨티은행은 신 후보자가 7월과 10월에 각각 25bp씩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마냥 쉽지는 않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하게 인상하면 소비와 투자가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세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정책보다는 수요 측 인플레이션이 오르는지 지켜보면서 추가로 나오는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지만 금리가 인상되려면 충족돼야 할 조건이 있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첫째로 실업률이 4.5% 미만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노동시장 상황이 필수라고 진단했다. 가장 최근인 미국의 2월 실업률은 4.4%로 소폭 상승했고, 예상 밖의 일자리 감소를 기록한 바 있다. 다음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이 아니라 근원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연준 의장 케빈 워시가 취임할 경우 금리 인상의 문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노동시장이 악화해 소비가 둔화한다면 연준이 올해 예상보다 더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있더라도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면 근원 인플레이션이 오르지 않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가 맞이할 국내 경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임명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K자형 성장'이라 불리는 양극화의 그늘 속에서 많은 국민이 회복의 온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추경안을 신속히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해 노벨상을 받은 프랜시스 크릭은 상을 받은 비결에 관해 묻자, "간단합니다.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앞으로 신 후보자가 어떤 지표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무엇을 과감히 배제할지 주목된다. (디지털뉴스실장)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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