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의 글로브] 日 외환당국에 쏠리는 시선
  • 일시 : 2026-03-31 08:51:12
  • [문정현의 글로브] 日 외환당국에 쏠리는 시선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한 달째 접어들고 있지만 사태 수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 병력 이동을 통해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이란의 원유 수출 요충지인 하르그섬을 장악하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의 참전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후티는 지난 28일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에 브렌트유는 120달러에 다가섰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까지 이어지는 홍해는 중동산 원유·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핵심 경로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이후 점점 레벨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큼 통화가치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달러-엔 환율은 이란 전쟁 직전일인 2월27일 이후 약 2.3% 상승했다. 약 5% 오른 달러-원보다는 상승률이 낮지만 문제는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레벨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달러-엔은 27일 160엔을 돌파한 데 이어 30일에도 장중 160.458엔까지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이 오르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하락한다.

    달러-엔의 이전 고점은 2024년 7월 3일 기록했던 162엔이다. 환율이 이 선을 돌파하게 되면 1986년 이후 최고 수준(엔화 가치 기준 최저 수준)을 다시 쓰게 된다.

    엔화 가치가 이처럼 하락압력을 받는 것은 중동지역의 전쟁이 일본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약 90%를 중동지역에 의존한다. 한국의 약 7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 전망이 엔화 매도세를 부채질했다.

    특히 일본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원유를 주로 수입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실질적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달러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보다 아시아 주요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고, 갈 곳 잃은 자금이 기축통화·안전통화라는 구실로 달러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95선이었던 달러지수는 이란 전쟁 이후 100선을 돌파했다.

    달러-엔이 직전 고점에 다가서자 시장에서는 과연 2024년과 같은 실개입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 2024년 4월 29일과 5월 1일에 총 9조7천억 엔(약 92조원), 7월 11~12일에 총 5조5천억 엔(약 52조원) 규모의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의 저금리와 미국의 고금리 차이를 이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했었다.

    일본 환시 전문가들은 달러-엔이 160엔을 돌파한 만큼 당국이 경고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면서도 이번에는 실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란 상황을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개입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외환 전략가는 "환시 개입 후에 중동 대립이 격화하면 며칠 만에 엔화 강세 효과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3조엔 규모로 엔화를 매입하면 달러-엔 환율을 4~5엔 정도 떨어뜨릴 수 있겠으나 이란 상황이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진척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면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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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통화와 비교했을 때 엔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일본 외환당국 입장에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나 홀로 약세'가 아니기에 미국의 협조도 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달러-엔 환율이 164엔까지 올라도 당국의 실개입이 나오기 어렵다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란 전쟁과 유가 급등이라는 외생 변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엔화 약세가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 일본 당국은 원유선물시장 개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재무성은 지난 23일 환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원유선물시장 개입이 가능할까', '개입과 관련해 논점을 좀 정리해 달라'고 문의했다고 한다.

    원유선물시장 개입은 전례가 없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지만, 법적으로는 가능한 만큼 당국이 계속 저울질할 가능성이 있다. 원유선물 개입은 미국에서도 불거진 이슈이기도 하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우리 발등 위의 불을 끄는 게 당장은 급하지만, 주요 레벨에 도달한 달러-엔 환율을 일본 외환당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할만한 이슈다. 과연 개입을 단행할지, 한다면 어느 선에서 하게 될지, 소문대로 원유선물시장을 활용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국제경제부장)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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