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의 FX환담] 중동전쟁과 환율의 엇갈린 운명
  • 일시 : 2026-03-31 10:30:21
  • [정선영의 FX환담] 중동전쟁과 환율의 엇갈린 운명



    (서울=연합인포맥스) 악연일까. 징크스일까. 우리나라 환율이 바뀌어 온 흐름을 보면 중동전쟁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중동 전쟁과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환율제도는 변신을 거듭했다.

    유가가 4배나 급등하면서 제1차 오일 쇼크로 불리는 1973~1974년 중동전쟁 당시 우리나라 환율은 484원 수준이었다. 이때 환율은 1974년 12월부터 1980년 초반까지 장장 5년이나 고정됐다.

    한국은행이 외화 자금 사정을 고려해 집중기준율을 고시환율처럼 발표하던 단일 변동환율제도 때였다.

    1978~1980년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제2차 오일쇼크는 유가도, 환율도 끌어 올렸다.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1980년 달러-원 환율은 달러당 580원대로 급등했고, 1980년대 말에는 660원대까지 13% 이상 또 올랐다.

    이때는 우리 환율 제도가 주요 5대 교역국 통화 움직임 등을 반영한 복수통화바스켓제도였다.

    걸프전으로 불리는 1990~1991년 이라크와 쿠웨이트 전쟁과 함께 우리나라 환율제도는 시장평균환율제도로 또 바뀌었다.

    1990년 3월에 697원대였던 환율은 1991년 12월에는 760원대로 9% 이상 올랐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저서 '환율의 이해와 예측'을 토대로 과거를 되짚어보면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 밴드환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 상하 밴드를 철폐하고 변동환율제도로 바뀌었다.

    완전히 자유로운 변동환율제는 아니지만, 급등락할 경우에만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변동속도를 조절하는 형태다.

    외환위기로 달러-원 환율은 지난 1997년 12월 23일에 1999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러면 고정환율제면 중동 사태의 영향이 없어 좋을까.

    꼭 그렇지도 않다. 이승호 위원은 고정환율제도는 환율 수준이 그 나라 경제 상황이나 기초경제 여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환투기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고, 국가 간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제약받는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역사적 변화를 통해 확인되는 사실이 있다. 안타깝게도 중동 전쟁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자산을 대규모로 담는 경우는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달러-원 환율은 이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의 추이를 살피다 급기야 금융위기 후 최고로 치달았다. 장중 환율 고점은 1,520원대로 치솟았다.

    국내 주가지수와 원화는 나란히 취약한 흐름을 보였다. 환율이 오르는 게 반드시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유가 급등, 주가 급락과 합쳐진 환율 상승은 타격이 크다. 원자재 수급 부족에 따른 '쓰레기 봉지' 대란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주식 계좌만으로도 이란전쟁의 여파는 깊게 파고들었다.

    전쟁과 위험회피가 지속되면 외환당국도 치솟는 환율의 방향을 돌리기는 어렵다. 환율 급등 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무리한 개입에 나서면 비용만 소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 사태가 안정되려면 어떤 일이 있어야 할까. 종전 협상과 자금 유입이 합쳐지는 상황은 최선의 시나리오다. 만약 4월 중에 종전 협상이 어떤 희망적인 결과를 내놓는다면 1,500원대 환율은 오히려 자금 유입 기대를 높이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과거의 중동전쟁 때와 달리 이번에는 우리나라도 손에 쥔 카드가 있다.

    4월부터 시작되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예상되고, 구글의 차세대 알고리즘 '터보 퀀트'의 충격에도 여전히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다.

    환율이 1,500원대에서 하락할 수 있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평가된 원화 자산에서 평가이익과 환차익을 둘 다 기대할 만하다.

    지금은 중동 위험과 유가 충격에 모두가 움츠러들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달러-원 환율의 충격이 매우 크지만, 공포가 지배하는 순간은 시장에서 투자에 좋은 타이밍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과거의 중동전쟁 때와 달리 원화 자산이 회복탄력성을 보여줄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위기와 함께 업그레이드돼 왔다는 점은 다시 한번 돌아볼 만한 대목이다.

    syj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중동 전쟁으로 외국인 투자자 코스피 순매도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90원 선으로 역대 4위 수준에 올랐다.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시세표에 원/달러 환율이 1502원으로 표시돼 있다. 2026.3.29 yato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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