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환율] 분기말 네고 삼킨 역외 비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전일 월말과 분기말을 맞아 수출업체의 대규모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졌음에도 달러-원 환율이 1,530원대까지 치솟은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전일 오후 한때는 1,536.9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였던 지난 2009년 3월 10일(1,561.00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다만, 이날 달러-원 환율은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맞물린 종전 기대감으로 21.60원 급락 출발했다. 장 초반 달러-원은 1,500원대 초반을 중심으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일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역외 수급 요인을 지목했다.
역내에서는 고점 인식 속 분기말 네고 물량이 대거 출회됐지만, 역외 및 외국계 금융기관의 강한 달러 매수세가 이를 대부분 흡수했다는 진단이다.
A은행 외환딜러는 "저희 하우스의 경우 네고 물량이 엄청나게 나왔는데도 역외를 중심으로 비드가 계속 들어왔다"며 "개장 전 마(MAR) 시장부터 '살 게 많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마 시장에서 달러를 받았던 플레이어들이 달러-원 상승 흐름에서 포지션을 유지했고, 장중에는 숏스탑과 숏커버까지 나오면서 상단이 더 열렸다"고 설명했다.
B은행 스팟 주포 역시 "결제 수요가 눈에 띄지 않는다. (수입업체들은) 지금 레벨에서 달러를 사기 어려울 것"이라며 "계속 전고점을 뚫으면서 달러를 사는데, 주로 외국계에서 이렇게 거래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레벨이 높아지면서 수출업체에서는 달러 매도 움직임이 대규모로 나왔고, 역내 수급 측면에서는 환율을 눌러주는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다만,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쪽에서는 롱베팅이 굉장히 강해진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전쟁 불확실성 속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원화 약세 베팅이 역외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리스크리버설 지표를 봐도 전쟁 발발 이후 롱베팅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화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달러-원 통화옵션 리스크 리버설(R/R) 지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했던 지난 2월 28일 이후 플러스(+) 값을 나타내며 오름폭을 확대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FXO 일별(화면번호 2294)에 따르면 1개월물 달러-원 옵션의 25% 델타 R/R(RR25)은 지난 2월 마이너스(-) 값에서 3월 초 플러스로 전환했다. 3월 13일부터는 2%대 양수 흐름을 이어왔다.
RR25는 시장 심리와 잠재적인 방향성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양수는 달러-원 상승 전망이 우세함을, 음수는 하락 전망이 우세함을 시사한다.
특히 극단적인 환율 변동 가능성을 나타내는 1개월물 달러-원 옵션의 10% 델타 R/R(RR10)은 같은 기간 4%대 양수값을 이어오고 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네고 물량이 많이 발생했지만 역외 달러 매수세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고, 이를 넘어 달러 매수세가 더 붙는 경향도 있어 보였다"며 "역내에서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도 크게 나타나고 있어, 이 중 일부가 달러로 환전돼 나가면서 수급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월 한 달간 35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지속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이어진 여파다.
일각에서는 신현송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의 전일 발언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달러-원 롱베팅 신호로 해석됐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앞서 신 후보자는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현재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달러 유동성 상황이 양호한 만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접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신 후보자의 발언 이후 헤지펀드 여러 곳이 외국계은행을 통해 해당 발언의 진의를 문의하기도 했다"며 "해당 발언이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을 낮추면서 역외 바이가 강하게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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