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환율] 서학개미 배턴 이어받은 外人…달러수요 향방은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달러 매수세가 잦아드는 찰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턴을 이어받아 달러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하는 데 따른 달러 수요 급증으로 달러-원 환율이 상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1,500원대에 올라선 달러-원 환율을 더 뛰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배경과 지속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2분기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무려 35조7천억원 순매도했다.
사상 최대인 지난 2월의 21조원 순매도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3월 들어 21거래일 중 사흘을 제외하고 18거래일 동안 주식을 내던졌으며 조단위 매도세가 나타난 날이 14거래일이나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격한 직후인 지난 3월 3일에는 하루 동안 주식을 5조1천억원이나 팔아치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9거래일 연속 조단위 매도에 나섰는데 누적 순매도 규모가 22조3천억원이다. 매일 약 2조5천억원씩 내다 판 셈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맹렬한 매도세를 보인 반면 내국인의 해외투자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데 반해 코스피는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내국인은 지난 3월 미국 주식을 17억달러가량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지난 1월 50억달러에서 2월 39억5천억달러로 줄었고 3월 들어 급감한 모습이다. 6억4천만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의 순매수다.
해외투자 환전 수요가 크게 줄었으나 그 공백은 외국인이 메우고 있다. 주식을 팔아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서다.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달러-원 환율에 상당한 상방 압력을 가하는 형국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외국인 주식 자금 유출을 꼽았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외국인 주식 자금이 매일 큰 규모로 나갔다"며 "나가는 속도가 빨라 수급 측면에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국인이 최근 2달 동안 주식을 60조원 가까이 팔았다"며 "달러로 환산하면 약 400억달러인데 2달 내내 하루에 10억달러씩 달러를 매수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외국인 자금 유출의 성격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이란 사태를 계기로 차익 실현이 이뤄지는 것으로 '셀 코리아', '엑소더스' 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 코스피가 워낙 많이 올라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이 필요했던 자금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윤 국장도 "최근 1년간 국내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주식자금 비중이 매우 커졌는데, 원화 비중이 많이 늘어난 만큼 리밸런싱 차원에서 자금이 나가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규모 자체도 국내 증시에 대한 '보이콧' 성격이라기보다는 차익 실현임을 시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 주식 보유 규모는 2천25조5천억원이다.
작년 8월 말 기준 규모는 904조8천억원으로 주가 상승 흐름 속에 반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최근 두 달여 동안의 매도 규모는 2월 말 보유량 기준으로 2.8%에 불과하다.
단지 우리 외환시장 규모 대비로 달러 환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까닭에 수급이 자극을 받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흐름이 장기화한다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달러-원 환율을 계속해서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중동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워낙 커 시장 참가자들도 불안감 속에 외국인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전날 달러-원 환율 상승 배경에 결제 수요도 있지만 커스터디 매수가 8할은 되는듯하다"면서 "외국인 주식 매도가 진정되기보다 더 악화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국인의 해외 투자 수요는 추세적인 데 반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수요는 순환적 패턴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효과가 일단락되는 2분기 이후에는 달러 수요가 다소 진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ywsh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