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환율] '긴급 대응' 없다…달라진 정책 함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며 한 달 만에 100원 가까이 올랐다가 중동 관련 헤드라인에 하루만에 20원 급락했다.
변동성 확대에도 외환당국의 대응 방식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환율 수준 자체보다 외화 유동성과 수급 구조를 중심으로 대응 여부를 판단하는 정책 함수가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17년 만 최고치에도 장중 개입 신호 제한적
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 정규장 거래에서 1,536.90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말 종가인 1,439.70원 대비 약 100원 급등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일일 상승폭도 전 거래일 대비 최대 21.20원까지 확대됐지만 과거와 달리 장중 환율 급등 국면에서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으로 추정되는 대량 매도벽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이란 사태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에 개장 초부터 20원 이상 급락하며 1,500원대 초반으로 밀려났다.
외환 당국은 전일 정규장 마감 이후 구두개입성 발언을 냈다.
외환당국은 전통적으로 환율 상승 속도가 빠르거나 특정 레벨을 돌파하는 국면에서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며 기대 쏠림을 완화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응은 과거와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 작년 4분기와 달랐다…"당시엔 디커플링 심했다"
외환당국은 다만 이번 환율 상승 국면이 지난해 4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전일 '2025년 4분기 중 시장안정화조치 내역 공개' 브리핑에서 "지난해 4분기에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자금 유출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의 3배 수준까지 확대되는 등 수급 불균형이 매우 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는 원화 절하폭이 달러 대비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시장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고 주요 통화 대비 괴리도 커져 상당한 규모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초에는 환율 흐름이 엔화와 달러 등 주요 통화 움직임과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되며 지난해 4분기 나타났던 괴리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반도체 수출 전망 개선 등으로 수급 여건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국장은 "현재 원화 절하폭이 다른 통화에 비해 상당히 빠른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 괴리나 심리 쏠림이 뚜렷해지는 상황이 된다면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日과 다른 한국식 구두개입…"매우 신중하게 판단"
특히 1,500원대는 상징성이 큰 레벨로 인식돼 왔다는 점에서 구두개입이 시장 예상보다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일본 외환당국은 달러-엔 160엔 부근에서 활발한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전일에도 미무리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단호한 조치'를 언급했고 미국 당국과의 공동 레이트 체크, 일본은행(BOJ)·재무성·금융청 3자 회의 등 대응 움직임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일본과 우리의 구두개입 관행은 다르다"며 "구두개입과 관련해 한국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작년 4분기 224억달러 투입…정책 여력도 변수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224억6천700만달러를 순매도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미 상당 규모의 시장 대응이 이뤄졌다는 점은 추가 개입 여력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계약 등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부담 역시 정책 대응 강도를 조절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4천276억2천만달러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평채 발행과 외화지준 부리 지급의 한시적 도입 등을 통해 연금과의 스와프 계약으로 인한 보유액 감소분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한편 외환당국의 선물환 순매수(롱) 포지션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당국의 선물환 롱 포지션 잔액은 지난 1월 기준 12억9천400만달러로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5월 약 312억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약 300억달러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현재 규모는 전체 외환보유액 대비 약 0.3% 수준이다.
◇한은 수장 교체로 인식도 변화…레벨 중심 대응 약화 신호
한국은행 수장의 환율 인식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현 이창용 총재가 과거 "환율 1,480원 수준은 펀더멘털로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는 전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현재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환율 대응의 정책 기준이 레벨 중심에서 유동성과 수급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환율 레벨 자체가 정책 대응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달러 유동성과 시장 쏠림 여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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