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의 통화&시장] 금리인상 공포, 너무 앞서가고 있다
  • 일시 : 2026-04-01 10:10:00
  • [이승헌의 통화&시장] 금리인상 공포, 너무 앞서가고 있다



    지난주 국내 채권시장은 유가 충격과 대외 불안이 결합될 때 시장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국고채 금리는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정부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 바이백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수급 조정 차원을 넘어 시장의 심리적 취약성이 상당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채권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자극하면서 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았다.

    2월 말 이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빠르게 상승했다. 최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 수준을 넘어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기대도 빠르게 조정됐다. 미국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가 상당 부분 후퇴했고, 일부에서는 긴축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도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금년 중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점치기도 한다. 연초 예상되었던 수출 중심의 성장 개선 흐름에 더해 1,500원 내외까지 상승한 환율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면서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 경로가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 부근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도 아직은 흔들리고 있지 않다.

    사실 최근 국내외 채권금리 급등이 금리 인상 기대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은 향후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을 가격에 선반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채권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의 반영보다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 상승과 함께, 국채 공급 증가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실질금리가 밀려 올라간 측면이 크다.

    따라서 최근 시장에서 일부 제기되는 금리 인상 전망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지금 걱정하는 물가 압력은 총수요 과열이 아니라 원유, 물류, 환율이 동시에 작용하는 비용 충격 때문이다. 통화정책은 이런 1차적인 가격 상승 그 자체보다 그것이 기조적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되는지에 주목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최근 공급 측 충격에 대해 통화정책이 성급하게 반응하기보다 그 파급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상황이 팬데믹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가기 전인 2021년과 닮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망 병목이 이어지며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여기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해지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주요 중앙은행들은 초기에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해 정책 정상화 속도를 충분히 앞당기지 못했고, 그 결과 2022년 들어 보다 빠르고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전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는 상당한 조정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때는 초완화 정책과 대규모 재정지원 위에서 경제가 빠르게 확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주요국은 제로금리와 대규모 재정지출을 동시에 시행했고, 그 결과 2021년에는 높은 성장률과 함께 강한 수요 압력이 형성됐다.

    반면 지금은 미국도 한국도 그러한 수요압력이 발생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정책금리는 이미 중립 수준에 근접하거나 그보다 다소 높은 구간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재정의 대응도 그때와 다르다. 지금의 경제는 팬데믹 직후처럼 강한 총수요 팽창 국면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만일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물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가중하게 된다.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를 줄이게 되고, 기업은 비용 상승을 모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투자와 고용을 조정하게 된다. 여기에 이미 낮지 않은 금리 수준이 겹치면 수요 둔화는 더 빠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충격은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큰 폭의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상승하고, 환율을 통해 수입 물가 압력이 커지며, 서비스 물가와 임금까지 확산된다면 통화정책의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판단의 기준은 유가 상승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기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현시점에서 시장이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

    지금은 트럼프 리스크와 중동 전쟁, 환율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이다. 앞으로의 흐름도 결국 전쟁의 전개 양상과 에너지 가격의 방향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시장 심리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가 상승을 곧바로 금리 인상으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은 공포에 앞서 구조를, 속도보다는 방향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이승헌 숭실대 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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