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야간장 구두개입은 누구를 향한 메시지인가
  • 일시 : 2026-04-01 11:20:50
  • [현장에서] 야간장 구두개입은 누구를 향한 메시지인가



    (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이 장중 20원 넘게 급등한 날이었다.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바닥 수준까지 밀리자 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재정경제부 외환 실무진에서 특별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외환 당국의 또다른 축인 한국은행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온 시점은 정규장이 끝난 오후 4시 이후였다. 환율이 이미 크게 움직인 뒤였다.

    야간 거래가 시작되면 시장 실수요자와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은 둔화되고 API 기반 거래가 늘어난다.

    인간 딜러와 달리 알고리즘 기반 거래는 시장 심리보다 글로벌 가격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시장 재료에 따라 한쪽으로 쏠림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외환시장에서는 구두개입의 내용만큼이나 시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으로 이어졌다. 이 발언은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 "신중한 구두개입"…그 신중함의 의미

    한은의 외환시장 정책 실무 총괄인 윤경수 국제국장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구두개입과 관련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달러-엔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재무관과 관방장관의 발언, 레이트 체크, 관계기관 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복적으로 시장 경계 메시지를 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 명의로 강력한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24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인 오전 9시쯤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 명의로 '외환당국 시장 관련 메시지'가 발표됐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 '정책 실행 능력'이라는 표현과 함께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문구까지 포함되면서 초강력 개입에 나섰다. 달러-원 환율은 당일 20원 이상 급락하며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 시장이 원하는 건 든든한 당국 안정 신호…사후 커뮤니케이션 효과 '글쎄'

    이후에도 당국은 이달 초 중동 리스크에 달러-원이 1,500원에 접근하자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시장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필요시 정부와 협조해 적기에 대응해 나가겠다"며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외환시장에서는 실무 라인에서 나오는 메시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윤 국장은 이번 구두개입이 오후 4시에 이뤄진 데 대해 전일 '25년 4분기중 시장안정화조치 내역 공개' 발표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시간에 맞춰 시장과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정규장이 끝난 뒤 나온 메시지는 실시간 시장 안정 신호라기보다 사후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최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메시지는 전통적인 보도자료나 언론 속보뿐 아니라 국회 발언이나 엑스(X)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정작 장중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메시지의 파급 효과가 늦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 총재 교체 시기와 맞물린 정책 커뮤니케이션 공백 논의

    또 한은 총재 교체 시기와 맞물리며 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최근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는 환율 레벨 자체보다 외화 유동성과 시장 쏠림 여부를 정책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기존 외환당국의 설명과 맥을 같이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속도가 빠른 국면에서 기대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메시지 관리가 함께 필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두개입은 내용보다 시점이 먼저 읽힌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과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정책 메시지는 내용뿐 아니라 시점 자체가 하나의 가격 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늦은 설명이 아니라 가격이 급변동할 때 강력한 당국의 존재감이다.

    특히 야간 거래 확대에 이은 24시간 외환시장 체제 전환을 앞두고 환율 변동폭이 기존 수준을 웃도는 현 시장에서 당국발 메시지가 갖는 시점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부 윤시윤 기자)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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