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수출 호황이 환율 추가 급등 막았다…무역흑자가 '완충' 역할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1,520원대로 급반등했다.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상단을 일부 억제하고 있으나, 달러인덱스와 국제유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환율을 밀어올리는 국면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역대급 수출 호조세와 대규모 무역흑자가 달러 수급 측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일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종전 또는 휴전 가능성을 언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일 장중 1,506원대까지 저점을 낮췄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곧 "향후 2~3주 내 매우 강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언급하자, 달러-원은 1,524.10원까지 상승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 중 새로운 것, 종전 계획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이란에 대해 계속 협박조로 톤을 섞어 얘기하는 것을 보면, 전쟁 종식되기까지 한참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역흑자 역대 최대…달러 수급 여건은 양호
다만, 대외 달러 수급 여건 자체는 원화 약세 압력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6월 수출이 증가로 돌아선 이후 10개월째 '플러스'를 이어오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월간 수출액은 전년대비 48.3% 증가한 861억3천만달러(약 129조5천395억원) 규모로 월 수출 기준 최고 실적이었다.
특히 반도체는 지난달 151.4% 증가한 328억3천만달러(약 49조3천763억원) 수출액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300억달러 실적을 넘었다.
여기에 더해 석유제품 수출은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수출 단가가 크게 상승해, 관련 수출액이 54.9% 증가한 51억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경상수지를 통한 달러 공급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환율 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상황을 차치하고, 6개월 평균 무역수지와 한미 기준금리차를 활용한 당사 환율 모델 기준 현재 원화의 저평가 폭이 매우 크다"며 "미국과 기준금리차가 마이너스(-) 1.25%포인트로 유지되는 가운데,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를 반영한 3월 적정 환율은 1,158원대로 산출된다"고 분석했다.
류진이 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3월 수출입 동향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를 제공했다"며 "무역수지 흑자는 경상수지를 통해 달러 공급을 늘리고, 원화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환율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일부 완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우려도 있었으나, 공급 차질로 원유 수입 물량이 오히려 줄면서 원유 수입액이 전년동월대비 5% 감소한 것도 대규모 흑자에 기여했다"며 "중동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역대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환율 불안에도 달러 수급 안정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종전 시 환율 급락 경계해야"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추후 급락할 가능성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일부 외국계 기관을 중심으로 달러 롱베팅 움직임이 관측되기도 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는 순간 그간 축적된 '전쟁 프리미엄'이 급히 되돌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3일 시작되는 주에 개최할 예정인 점도 향후 달러화 방향성을 좌우할 주요 이벤트다.
최광혁 LS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이후에도 지속되는 이란 사태가 1,600원 수준까지의 상승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절하율 관점에서는 현재 환율이 1,536원 기준 6.3% 수준인데, 단순히 과거 동일한 수준과 비교하면 금융위기 시 2,565원, 비상계엄 사태 시 1,595원으로 현재 수준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환율이 부정적인 영향을 반영하면서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은 맞지만, 수치상으로는 아직 두려워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환율의 반락 가능성을 기대하는 이벤트는 오는 13일 청문회 일정과, SLR 규제 완화에 대한 진지한 발언이 나온다면 달러 하락이 달러-원 환율 하락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예찬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은 특정 환율 레벨을 목표로 하지 않지만, 최근과 같은 환율 쏠림 국면에서는 외환시장 미세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기금을 통한 전략적 환헤지 비율 확대 등 정책적 공조가 병행될 여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월 중 종전을 가정한다면, 달러-원은 1,530원 선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전쟁 발발 직전 레벨인 1,440원을 하회하는 급격한 되돌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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