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가 군중의 광기로"…'비둘기' 신성환이 남긴 마지막 환시 화두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외환시장 쏠림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며 정책당국의 시장 안정화 장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위원은 12일 오후 3시 예정된 이임식을 끝으로 2022년 7월부터 이어온 금통위원 임기를 마무리한다.
그는 전일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시장은 경우에 따라 대중의 지혜(wisdom of crowds)가 한순간에 군중의 광기(madness of mobs)로 변하는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국 금융시장을 '고성능 자동차 업그레이드'에 비유하며 "브레이크와 에어백 역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최근 달러-원 시장의 구조 변화와 외환시장 국제화 확대 속에서 정책당국의 대응 역량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경상흑자면 원화 강세" 공식 흔들린 환시
신 위원은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교과서에서는 경상흑자면 환율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금융시장 유출입 규모가 실물경제 흐름을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달러-원 시장이 무역수지나 경상수지보다 글로벌 금융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특히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와 글로벌 자금 이동 가속화 속에서 원화가 구조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그는 "금리 역전으로 원화가 어느 정도 평가절하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현재 환율 수준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 아니냐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금리차에 따른 자연스러운 원화 약세를 넘어 금융시장 쏠림이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야간 거래 확대와 알고리즘·패시브 자금 비중 확대, 글로벌 헤지펀드 참여 증가 등으로 시장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고 달러-원 환율 변동폭도 올해 들어 크게 확대됐다.
신 위원이 언급한 "군중의 광기" 역시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브레이크와 에어백"은 충분한가
신 위원은 특히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 등으로 상당한 고성능 자동차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라며 "고성능 자동차가 되려면 브레이크와 에어백도 함께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신 위원의 발언이 결국 외환시장 국제화에 걸맞은 안정화 장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책당국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스무딩오퍼레이션과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RP 매입을 통한 원화 유동성 공급, 외환건전성 규제 등을 주요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WGBI 편입에 이은 24시간 외환시장 체제와 역외 원화시장 활성화 등이 본격화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자금 이동과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는 향후 중요 변수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 상황을 꼽고 있다.
단순히 환율 레벨이 높아지는 것보다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할 때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 위원 역시 "정책당국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이 그것을 믿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통위 내 인플레 대응 컨센 형성" 신호
시장에서는 최근 한국은행 내부 기류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대표적 비둘기파로 꼽혀온 신 위원까지 물가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금통위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 대응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스와프딜러는 "금통위 내부에서는 결국 인플레이션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일치가 형성된 것 같다"며 "향후 원화 유동성 상황에 따라 단기 변동이 있겠으나 점차 금리 인상 쪽으로 시장이 기울 경우 스와프포인트는 상승 쪽으로 방향성을 나타낼 것이며 원화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 위원의 발언을 단순한 '매파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신 위원은 재임 기간 총 7차례 소수의견을 냈으며 대체로 금리 인상폭 축소 혹은 금리 인하 등 통화 완화 방향을 주장했다.
또 신 위원은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양극화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현재는 10% 안팎의 특정 산업이 헤드라인 성장률을 이끄는 반면 나머지 70∼80%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물가 우려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 실물경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섹터를 위해 금리를 완화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었다"고 말해 기존의 완화적 문제의식 역시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신 위원 후임으로 금통위원에 추천된 김진일 고려대 교수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출신으로 환율과 금융안정,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강한 인물로 평가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금통위의 정책 무게추가 다소 매파적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신 위원의 퇴임 전 메시지에 대해 "물가 대응이 우선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쏠림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안전장치 구축 역시 중요하다는 복합적 경고였다"고 평가했다.
syyo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