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엔/달러 환율에 협력" 베선트 장관 일본관 주목
닛케이 "엔저 베팅 성공적 투자자에서 엔화 약세 방어 조력자로 변신"
'50여차례 방일' 트럼프 정권 대표 지일파…과거 일본과 인연도 부각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12일 일본을 방문 중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때 일본 엔화 하락에 베팅해 수십억 달러를 벌던 헤지펀드 주역에서 엔화 약세 방어 조력자로 변신한 과정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조명했다.
닛케이는 베선트 장관이 미일 거시경제정책 협력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전망하기에 앞서 그의 일본관이 담긴 주요 발언과 그가 추진 중인 미국 국제수지 재균형(리밸런싱) 정책에 주목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재무장관 취임 뒤 미일 관계에 관해 2차 세계대전 후 미영 관계와 같은 '특별한 관계'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본을 미국 국채를 해외에서 가장 많이 사들이는 대표적인 '친미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해설했다.
일본의 미국채 보유액은 1조2천393억달러(약 1천841조원)로 한때 보유액 1위를 다투던 중국의 2배 가까이 되는 금액을 현재 갖고 있다.
재무장관 지명 전 모교 예일대 강연에서 "종전 국제 질서의 재편에 관여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 베선트 장관은 1조달러(약 1천485조원)가 넘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이끌어 왔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본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번 일본 방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가탸아마 재무상은 이날 베선트 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엔/달러 환율에 대해 "앞으로도 확실히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했으며 전면적으로 이해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에 대응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이달 초 황금연휴 직전 약 5조엔(약 46조3천억원)에 달하는 엔화를 매수한 데 이어 연휴 중에도 세 차례에 걸쳐 시장에 개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베센트 장관의 일본 방문의 주요 목적에 엔화 가치 추락을 막는 양국 공조 논의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날 회담에서 미국이 일본 정부의 환율 개입의 자율성을 갖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센트 장관은 올해 초 1달러당 159엔대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을 급락시킨 미국 외환 당국의 '레이트 체크'(rate check·환율 점검)를 직접 주도하며 엔화 환율 안정화에 나선 적도 있다.
그는 당시 일본 중의원(하원) 총선 전 정치 공백이 일본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고, 이어 미국과 유럽의 금리 상승 등으로 파급될 것을 경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손잡아야 하는 상대인 일본 경제가 환율 변동성으로 흔들리는 상황을 원치 않으며 엔/달러 환율 급등이 미국의 국채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일 재무장관 회담이 있던 이날 오전 일본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2.545%를 기록해 1997년 6월 이후 2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베선트 장관이 일본에 50차례 이상 방문한 적이 있는 트럼프 정권의 대표적 지일파이며 일본과도 투자 실적이나 경제사상 면에서 끈끈한 인연이 있다고도 소개했다.
그가 2010년대 초 소로스펀드에 재직할 당시 동일본 대지진 복구 과정, 재정 완화를 기조로 한 아베노믹스 진행 상황을 예측해 엔화 하락에 대한 소로스펀드의 베팅을 주도하고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경제사에도 관심이 깊은 베선트 장관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부터 1987년의 루브르 합의까지 대규모 환율 개입 무대의 이면을 일본 아사히 신문의 후나바시 요이치 전 주필이 그린 책 '통화열렬'의 애독자로도 알려졌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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