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재돌파] 사상 최대 경상흑자도 못 막은 고환율…'수급 방파제' 유효한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선을 다시 웃돌면서 서울외환시장의 수급 방파제 역할을 해온 경상수지 흑자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자금 유입 효과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기대가 원화의 중장기 기초체력을 받쳐주는 재료인 것은 맞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달러 강세, 외국인 주식 순매도 압력이 동시에 맞물리는 국면에서는 환율 상단을 제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한때 1,507.70원까지 상단을 높였다. 달러-원이 1,500원선을 웃돈 것은 지난 4월 7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 시각 코스피는 6.4%가량 급락했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5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최근 외환수급 여건만 놓고 보면 원화 약세 압력이 일방적으로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였던 지난 2월 231억9천만달러를 한 달 만에 갈아치운 사상 최대 흑자다.
경상수지는 3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분기 경상수지도 737억8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되며 3분기 연속 최대치를 새로 썼다.
경상흑자의 대부분은 상품수지가 담당했다. 3월 상품수지는 350억7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943억2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6.9% 증가했고, 수입은 592억4천만달러로 17.4% 늘었다.
특히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이 급증했다. 3월 통관수출 기준 IT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111.7% 늘었고, 반도체 수출은 149.8%, 컴퓨터 주변기기는 167.5%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4월 이후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은 향후 경상수지 흑자 폭을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75.4달러로, 이란 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 수준이었다.
반면 4월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112.35달러로 전월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원유 도입단가는 시차를 두고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므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향후 경상수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WGBI 편입 자금도 그간 원화 수급의 중장기 완충재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참가자들은 WGBI 자금 유입의 효과가 환율에 뚜렷하게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경상수지 흑자와 WGBI 자금 유입 기대가 원화의 기초 체력을 받쳐주는 재료인 것은 맞다"면서도 "1,500원선 재돌파를 막기에는 단기적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압력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광혁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원 환율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WGBI에 대한 단계적인 편입이 시작됐다"며 "원화 평가절하로 지수 내 비중은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국채 발행 물량 등에 따라 비중은 기계적으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수출 호조가 곧바로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무역수지 증가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은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고, 이는 이머징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늘어난 금융시장 규모를 반영한 결과"라며 "새로운 뉴노멀 환경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사태는 사태 기간에 따라 레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전쟁이 5월을 넘어 지속될 경우 달러-원은 1,500원을 넘어 1,600원을 시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달러 강세,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이 동시에 맞물리는 국면에서는 '수급 방파제'만으로 환율 상단을 제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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