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주간] 외국인과 스무딩의 시간…'매파 동결' FOMC 의사록 확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이번주(18~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500원대 초반에서 당국과 외국인 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상단이 제한될 전망이다.
최근 코스피 상승에 따른 외국인 차익실현이 집중되면서 주식 매도와 관련한 달러 역송금 수요가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렸고 지난달 7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1,500원 종가를 기록했다.
야간 거래에선 영국 정치적 불안에 따른 파운드화 약세와 달러 강세로 달러-원 상방 압력이 강한 가운데 미중 회담 이후에도 이란 전쟁 종식과 관련한 긍정적 소식이 없어 리스크오프가 우세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파업 이슈에 대한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18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강한 당국 경계와 네고 물량 등으로 상단이 잡히면 추가적인 불안이 더해지지 않는 한 이번주 달러-원 환율은 고점을 찍고 말리는 전강후약 장세를 나타낼 수 있다.
한편 오는 28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한 주 앞둔 가운데 금통위의 '매파화' 경계는 더욱 강해졌다.
◇1,500원선 '빅피겨'에서 눈뜬 당국 경계
지난주 달러-원 환율이 1,500원에서 마무리하면서 당국 경계가 켜졌다.
특히 장중 1,499원대 후반에서는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더불어 스무딩오퍼레이션(스무딩)으로 추정되는 매도세가 강하게 유입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1,500원 선을 단순한 숫자 이상의 정책 경계선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1,499.90원 부근에서 오퍼 물량이 상당히 강했다"며 "1,500원은 당국 경계가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레벨"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국 경계만으로 환율 상승세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 역외 거래에선 1,500원 선에서 소폭 밀리는 듯 했으나 장중 달러-원이 1,500원을 재차 웃돌 경우 당국 추정 매도세가 다시 강해질 수 있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주 1,496.9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30원)를 고려하면 지난 15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500.80원) 대비 2.60원 내린 셈이다.
◇외국인은 언제까지 팔까
이번 주 최대 변수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지속 여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주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쏟아냈으며 7거래일 연속 매도 금액은 31조원어치다.
반도체 랠리 이후 차익실현성 매도와 삼성전자 파업 이슈, 국민 배당금 논란 등이 겹치면서 주식시장 내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됐다. 그간 코스피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리밸런싱 차원의 포지션 정리라는 측면이 강했으나 일부 역송금 수요로도 이어지며 주식 자금 '아웃플로우' 우려가 강해졌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주식 매도 관련 커스터디 달러 매수세가 현물환 시장으로 유입되며 달러-원 하단을 떠받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달러 공급 기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수출대금이 실제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규모로 환전되는지가 향후 환율의 상단을 결정할 수 있다.
◇매파 FOMC 의사록 경계…달러 강세 변수로 부상
이번 주 한국 시각으로 21일 새벽시간 발표되는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도 달러-원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4월 FOMC는 '매파적 동결' 이었던 만큼 당시 연준 내부 논의가 얼마나 강경했는지에 따라 달러화 방향성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당시 FOMC에서는 전체 위원 12명 가운데 4명이 '완화 편향' 문구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며 시장 충격을 줬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가 성명서 내 완화 편향 문구에 반대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이 중동발 고유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단순한 변수 차원을 넘어 통화정책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번 의사록에서 연준 내부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재차 확인될 경우 미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가 추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
실제 최근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5%를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한 상태다.
◇매파 금통위 앞둔 경계…금리차 축소에도 환율 반응은 제한
중앙은행의 '매파화' 경계는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는 5월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한 주 앞두고 통화정책 경계가 커질 전망이다.
신 총재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인 데다, 대표적 비둘기파였던 신성환 위원이 퇴임하고 김진일 신임 금통위원이 합류하면서 금통위 색채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유상대 부총재가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데 이어 김 신임 위원도 취임 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본인의 통화정책 성향에 대해 "반클릭 정도 위가 낫다"며 사실상 매파적 입장을 인정했다.
그는 "금융이 큰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이자율이 조금은 높은 게 좋다"며 "경기가 조금 둔화하더라도 큰 금융위기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는 채권시장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3년물 국채 금리 역전폭은 최근 0.3%포인트대로 줄어 사실상 2023년 5월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상단 기준 1.25%포인트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시장금리 역전폭은 기준금리 차에 비해 크게 축소된 셈이다.
통상 한미 금리차 축소는 외국인 자본 유출 압력을 낮춰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글로벌 달러 강세,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이 겹치면서 금리차 축소 효과가 환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금통위의 매파적 메시지는 환율 안정에 우호적일 수 있지만,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해법 끈 놓지 않은 이란…미중 회담에도 살아있는 중동 변수
한편 중동 정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점도 달러-원 하방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반응 강도는 전쟁 초기보다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란 전쟁 종식과 관련한 뚜렷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중국 미국이 추진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결의안에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정학 리스크가 누적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상단 압력은 남아 있지만, 이란 측 역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환율 방향은 추가 급등보다는 점진적 안정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인들을 절대 믿을 수 없다"면서도 "협상과 외교만이 유일한 윈-윈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지정학 리스크가 완화돼야 환율 하락 방향을 볼 수 있겠지만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나온 이란 측 입장을 보면 합의가 완전히 파기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달러-원 방향도 당장 위보다는 아래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주목할 주요 경제 지표는
이번 주 해외에선 지난 4월 FOMC 의사록 공개와 주요국 무역 지표가 주목된다.
국내에선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수장이 모두 18일부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파리 출장에 나선다.
19일에는 한국은행에서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가 나오고 21일에는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22일에는 5월 소비자동향조사와 1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가 나온다.
재정경제부 일정 중에는 2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 대외경제장관회의, 외환건전성협의회 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추진 TF가 주목된다. 같은 날 1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도 발표된다. 22일에는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예정돼 있다.
해외에서는 18일 중국 4월 산업생산·소매판매·실업률, 19일 일본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영국 실업률이 예정됐다.
20일에는 중국 인민은행 대출우대금리(LPR)와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유로존 CPI가 나온다.
21일 새벽에는 미국 4월 FOMC 의사록 발표에 이어 일본 무역수지와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및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 발표가 예정됐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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