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채권 자경단은 英 스타머 총리를 지켜줄까
  • 일시 : 2026-05-18 07:30:02
  • [뉴욕은 지금] 채권 자경단은 英 스타머 총리를 지켜줄까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지난 2022년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총리는 취임 44일 만에 물러났다.

    트러스 총리가 내놓은 재원 없는 감세 정책이 영국 자산에 대한 '투매'를 촉발한 탓이다. 30년물 영국 국채(길트) 금리는 정책 발표 직후 사흘 동안 무려 121bp 급등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며 시장은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길트는 이후에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트러스 총리는 결국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이는 '채권 자경단'이 영국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거론된다.

    3년 7개월 후 영국은 다시 비슷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다른 점은 이번에는 긴축이 아닌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한 우려다.

    집권 노동당이 지난주 지방선거에서 대패하자 그간 재정 규율을 강조한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당 내 사퇴 압력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유력한 차기 당 대표이자 총리 후보자가 채권시장을 경시하는 듯한 평가를 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앤디 버넘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이다.

    버넘 시장은 직접 트러스 사태를 눈앞에서 봤음에도 지난해 9월 뉴 스테이츠먼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채권시장에 종속된(in hock to) 상태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4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국방 지출은 예외적으로 재정 준칙 밖(outside of the rules)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런 버넘 시장의 차기 총리 가능성은 57%(예측 사이트 폴리마켓 기준)에 달한다. 스타머 총리가 직을 유지할 가능성은 13%에 불과했다.

    재정 우려가 확산하면서 길트 30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20bp 가까이 급등하면서 5.8% 선을 돌파했다. 지난 1998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다. 금리 움직임만 보면 '스타머 총리를 그대로 둬라'고 말하는 모습이다. 길트 급락은 시차를 두고 글로벌 국채 '투매' 현상을 끌어냈다.

    이는 상당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스타머 총리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노동당 내에서 재정 준칙을 강조한 인물이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해 9월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서 단호하고 합리적인 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정부의 책임이며, 이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나는 이를 처리할 능력으로 평가받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도 비슷한 시점에 "여전히 경제적 책임을 포기하고 지출에 아무런 제약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들은 틀렸고, 위험할 정도로 잘못된 생각이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영국의 이자 비용만 봐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2025~2026 회계연도(2025년 4월 1일~2026년 3월 31일)의 이자 비용을 1천112억파운드(약 222조원)로 추정했다. 정부 지출 대비 8.3%에 달한다.

    스타머 총리는 증세까지 하며 재정난을 타개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권자는 그에게 등을 돌렸다.

    돈을 풀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인기가 없기 마련이다. 확장적 재정 정책을 강조하는 버넘 시장이 인기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는 과연 정치적으로 재정 긴축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복지를 줄이는 것은 표를 잃는다. 증세도 마찬가지다. 멀리 보지 않아도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개혁으로 싸늘한 민심을 마주하게 됐다.

    반면, 시장은 그 돈을 누가 갚을지를 묻고 있다. 영국은 지금 그 질문 앞에 가장 먼저 서 있는 나라다. 앞으로 민주주의와 재정 규율의 충돌은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 자경단은 이번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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