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지금] '물가안정' 현판 앞의 총재…한은이 지키려는 것
  • 일시 : 2026-05-18 08:09:13
  • [한은은 지금] '물가안정' 현판 앞의 총재…한은이 지키려는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 로비에 30년째 걸려 있는 '물가안정(物價安定)' 현판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원들이 속속 바뀌면서 해당 현판에 적힌 '물가안정'이라는 한국은행 책무가 새삼스레 자주 언급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인사청문회 때부터 성장과 물가가 상충할 경우 물가를 우선시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으며, 취임 후 기자들의 질문이 들어오면 해당 현판을 슬쩍 가리키곤 했다는 후문도 나온다.

    최근 달러-원 환율 급등과 중동 전쟁발 유가 불안,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겹치면서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다시 물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추가 다시 물가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로 속보치를 발표한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올려 잡았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이다.

    성장 회복과 물가 상방 압력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한국은행의 책무인 '물가안정'의 의미 역시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새롭게 금융통화위원에 합류하게 된 김진일 위원 역시 지난 15일 취임사에서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금융안정에 유의하면서 '물가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중앙은행 본연의 정책 목표"를 언급하며 해당 목표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 한은 로비 지키는 '물가안정' 네 글자

    한은의 현판은 서울 남대문로 3가 한국은행 통합별관 중앙 로비에 걸려 있으며 서예가 김기순씨가 쓴 서체를 그대로 석재에 새긴 것이다. 1997년부터 본사 중앙 로비에 한국은행 상징으로 걸려져 있었으며 2019년 통합별관 건축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잠시 떼어졌다가 공사가 끝나자마자 제자리를 되찾았다.

    한국은행법 제1조 1항은 한은 통화신용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안정'으로 규정한다.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한국은행 설립목적에 '금융안정'이 추가됐으나 여전히 한은 통화신용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과거 성장 지원과 금융시장 안정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던 시기와 달리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안정목표제가 강화되면서 물가안정은 중앙은행의 핵심 책무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 우려 속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결국 한은은 물가안정 기관"이라는 평가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이토 히로부미 친필 '정초' 머릿돌도 여전히 남아

    한국은행 바깥과 내부에는 1912년 완공된 이후부터 이어온 근현대 금융사의 흔적들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대 한국은행 건물 설계와 관련된 자료들과 일제강점기 금융기관 유물들이다.

    특히 일제가 침략을 가속한 1909년 7월 당시 조선은행 건물이었던 한국은행 본관(화폐박물관) 머릿돌에는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확인된 '정초(定礎)'라는 글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이를 한국 금융·통화 체계의 역사 자체를 보여주는 사료 성격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일제 수탈의 상징 인물이 남긴 흔적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복합적 의미를 가진 유물로 평가된다.

    한은이 설치한 안내문에 따르면 "이 머릿돌은 일제 침탈의 흔적이지만 남겨 둠으로써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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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빚 갚을 때 쓴 국산 볼펜 '아피스'도 보관

    한국은행 사료실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상징하는 물건도 남아 있다.

    지난 2001년 전철환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 차입금 최종 상환 결재 문서에 사용한 국산 아피스(APIS) 볼펜이다.

    당시 전 총재는 IMF 차입금 상환이라는 상징적 순간에 국산 볼펜 사용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볼펜은 이후 한국은행 사료로 지정돼 현재까지 보관 중이다.

    아피스는 1956년 부산에서 설립된 국내 최초 만년필 회사로 알려져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한은 내부에서 다시 물가와 환율 안정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 역시 결국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중앙은행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와 IMF 시절 트라우마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며 "최근처럼 환율과 물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중앙은행 본능이 다시 물가안정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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