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硏 "WGBI 편입 결정 후 外人 채권매수 환율 반응 8.3배 확대"
"현재와 같은 고환율 국면엔 안정 요인…스트레스 땐 원화 매도 압력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 이후 외국인 채권자금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평상시에는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입이 현물환 거래를 촉진해 원화 절상 압력과 외환시장 유동성 개선 효과가 기대되지만,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국채 매도와 원화 매도로 이어져 현물환 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의 강현주 선임연구위원과 장보성 연구위원은 18일 공개한 'WGBI 편입 이후의 리스크 평가 및 관리 방향'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고환율 국면에서는 인덱스 자금의 유입이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환율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겠으나, 자금 흐름의 방향이 반전될 경우에는 동일한 경로가 환율 불안정의 요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22년 1월부터 2026년 2월 3일까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WGBI 편입 결정일(2024년 10월 8일)을 기준으로 전후 기간을 나눠 구조VAR 모형을 추정했다.
변수로는 전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변화와 당일 외국인 국내 채권 순매입, 달러-원 환율 변화율 또는 3개월물 스와프레이트 변화를 사용했다.
◇외국인 채권매수, 달러-원 환율 반응 8.3배 확대
분석 결과 WGBI 편입 결정 이후 외국인 채권매수가 달러-원 환율에 미치는 즉시 영향은 크게 확대됐다.
외국인 채권매수 1표준편차 충격에 대한 환율의 즉시 반응은 WGBI 편입 결정 이전 마이너스(-)0.008%에서 결정 이후 -0.067%로 약 8.3배 커졌다.
편입 결정 이전에는 외국인 채권 순매수 충격에 달러-원이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편입 결정 이후에는 충격 직후 달러-원이 급격히 하락한 뒤 일부 되돌림을 거쳐 수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강 연구위원은 "환율 채널이 새로 활성화되면서 외국인 채권매수의 환율 영향력이 유의하게 확대되었다"며 "이는 헤지 비율이 낮은 인덱스 자금의 유입 확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WGBI 편입으로 약 500억~600억달러가 8개월에 걸쳐 균등 유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일평균 유입액은 1 표준편차의 약 0.75배에 해당하며 편입 기간 전체에 걸쳐 약 4~5%의 원화 절상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시장의 가격 조정과 외환당국의 정책 대응, 정식 편입 이후 투자자 구성 변화 등은 해당 계산에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강 연구위원은 부연했다.
◇스와프 영향은 불안정…투자자 구성 다변화
외화자금시장 역시 기존과 파급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봤다.
WGBI 편입 결정 이전에는 외국인 채권매수가 스와프레이트를 즉시 유의하게 상승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이 국채 투자를 위해 현물환 매도·선물환 매입, 즉 셀앤바이(Sell&Buy) 스와프를 활용하면서 외화자금시장 수급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반면 편입 결정 이후에는 스와프레이트 반응의 방향성은 유지됐지만, 반응 경로의 분산이 커지면서 통계적 유의성은 약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두고 강 연구위원은 기존 차익거래 자금과 인덱스 투자자금, WGBI 정식 편입 전 선제적 포지션 구축 자금 등 다양한 성격의 투자자가 혼재된 결과로 해석했다.
즉 WGBI 편입 이후 외국인 채권자금이 환율에는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반면, 스와프시장에서는 투자자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예측 가능했던 반응 경로가 다소 흐려졌다는 의미다.
강 연구위원은 "이러한 변화는 외국인 채권자금이 환율 변동과 더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자금 흐름 변화가 외환시장 변동성으로 보다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고환율 국면에선 안정 요인…유출 땐 불안 요인"
한편, WGBI 편입의 효과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평상시에는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이 현물환 거래를 확대해 외환시장 유동성을 개선하고,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봤다.
최근처럼 달러-원 환율의 상승 압력이 강한 국면에서는 인덱스 자금 유입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글로벌 위험회피가 심화하거나 지수 내 지위가 급변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인덱스 자금의 기계적인 유출이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액티브 자금의 동반 이탈까지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연구위원은 "이러한 유출 시나리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비록 제한적이나, 발생 시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사전적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외국인 자금의 유형별 특성(환헤지 여부, 투자 성격 등)을 세분화하여 모니터링하고, 주요 글로벌 연기금의 벤치마크 정책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조정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달러 수요 급증에 대비해 외환 유동성 공급 체계를 사전에 정비하는 한편 시장 접근성 유지, 제도적 일관성 확보, 국채시장 유동성 제고 등 지위 변화 리스크 자체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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