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號 출범] 워시 앞에 놓인 삼중고…연준 개혁 가능할까
  • 일시 : 2026-05-22 11:05:01
  • [워시號 출범] 워시 앞에 놓인 삼중고…연준 개혁 가능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케빈 워시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취임선서를 시작으로 공식 취임한다.

    이란전쟁발 인플레이션 상승과 분열된 연준 내부 분위기, 연준 독립성 위협이란 삼중고 속에서 연준을 이끌게 되면서 워시가 그간 주장해온 금리 인하와 연준 개혁 등의 핵심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 금리 인하

    워시는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인물이다. 과거 그는 매파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한 행사에서 연준이 대차대조표 확대를 멈추면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다만, 그의 앞에 놓인 경제환경은 금리 인하가 녹록지 않을 것임으로 시사한다.

    가장 큰 부담은 인플레이션이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워시 역시 인공지능(AI) 생산성 향상이 장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고 금리 인하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2월 말 이란전쟁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국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장기간 동결하거나 인상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디티 발라찬다르 피델리티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워시가 지명됐을 당시만 해도 시장의 핵심 화두는 AI와 생산성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유가 충격과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준 내부 분위기를 보면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정적인 노동시장 역시 워시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경기 둔화나 실업률 상승 같은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지만, 미국 노동시장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부진했던 2월 고용지표 발표 당시만 해도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지만 이후 3~4월 고용지표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이런 노동시장 상황이 연준 내부 매파들의 목소리를 더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전략가는 "실업률이 낮고 임금 압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연준이 쉽게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며 "워시가 생각하는 미래 생산성 개선보다 연준은 현재의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연준 내부 분위기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반대표가 4명이나 나왔다. 반대표 수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인 1992년 10월 FOMC(4명) 이후 최대다. 이 가운데 3명의 위원이 성명에 '완화 편향'이 포함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워시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시는 과거부터 연준 내부의 지나친 합의 문화를 비판해온 인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금리를 내리려면 취임 직후부터 분열된 연준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 과제까지 안게 됐기 때문이다.



    ◇ 워시 연준 개혁의 핵심, 대차대조표 축소

    워시가 오랫동안 꿈꿔온 것은 더 작은 연준이다. 그는 이를 위해 연준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연준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연준 대차대조표는 2022년 한때 9조달러에 육박했으나 일부 축소돼 현재 6조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그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위해 은행이 연준에 예치한 '초과지급 준비금'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명시적으로 연준 대차대조표를 얼마나 줄일지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인준 청문회 당시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해 시장에 충분한 사전 신호를 주면서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축소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워시의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전직 FOMC 위원들조차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현 체제가 더 단순하고, 연준이 금리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제레미 스타인 전 연준 이사이자 하버드대 교수는 "단순히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는 것보다 자산 구성 조정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한때 워시와 연준 의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대차대조표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월러 이사는 연초 한 콘퍼런스에서 "은행들이 매일 밤 쇼파 쿠션을 뒤져 돈을 찾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며 "그건 엄청나게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2019년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지나치게 축소하며 단기금리가 급등했던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2019년 9월 연준의 양적긴축(QT)으로 초단기금리인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평소 2%대에서 장 중 한때 10%까지 폭등한 바 있다.

    당시 연준 통화국 부국장을 지냈던 제임스 클라우스는 "그 사건은 시장에 거의 심장마비 수준이었다"며 "사람들이 연준 대차대조표를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워시가 원하는 방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장은 이미 과거와 완전히 다른 구조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연준이 너무 빠르게 (단기금융시장에서) 물러나려고 하면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연준의 독립성 수호

    연준의 독립성 수호 역시 워시가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1년은 연준 역사상 유례없이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른 시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공개적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을 시사하거나 연준 청사 개보수 공사 비용을 문제삼았다.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사기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로 전격 해임을 통보하기도 했다.

    워시는 취임 전 청문회에서 연준 독립성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연준의 독립성은 연준에 달려있다. 연준 지도부는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선출직 공직자들이 금리에 대한 자기 견해를 밝힌다고 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위협받는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워시가 어느 정도 백악관의 기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그가 연준과 재무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는 점은 이런 의구심에 불을 붙이기도 한다. 그는 1951년 제정된 '재무부-연준 협정' 개편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이 협정은 연준 통화정책 독립성을 확보한 첫 합의지만, 워시는 연준이 어떤 증권을 보유할지, 재무부가 어떤 국채를 발행할지 서로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에서 재무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결국 연준을 행정부에 더 종속시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기우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워시는 시장이 자신을 정치적 인물로 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취임 초기에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는 "워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연준을 맡게 됐다"며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하든 시장과 정치 양쪽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운 시기"라고 평가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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