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철의 경제보기] 환율 상승에 대한 과도한 우려
  • 일시 : 2024-04-17 10:10:00
  • [장재철의 경제보기] 환율 상승에 대한 과도한 우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까지 상승했다. 환율이 이 수준까지 상승했던 경우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그리고 2022년 한국의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때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높아진 달러-원 환율 수준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달러-원 환율의 변동 요인을 살펴보면,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 같다는 판단이다.

    환율은 보통 외국통화에 대한 자국통화의 가치를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외국통화가 자국통화와 관계없이 강세를 보이거나, 외국통화와 관계없이 자국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 그 환율은 상승한다. 환율의 변화를 볼 때, 상대국 통화가치 변동뿐만 아니라 자국 통화 고유의 가치 변동을 구분해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최근의 달러-원 환율의 상승은 주로 달러 자체의 강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달러 강세의 배경은 소위 '미국 경제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 즉 부진한 다른 지역 경제와 달리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제이다. 미국 경제는 2023년의 2.5% 성장에 이어 2024년 1분기에도 2.4%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의 잠재성장률 1.8%를 훨씬 상회하는 성장세이다.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큰 유럽이나 중국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미국 경제의 호조가 정책금리 상한을 0.25%에서 5.5%까지 인상한 상황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경제 성장세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가속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는 이유이다. 연준의 정책금리가 이렇게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동안 달러 강세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측정한 달러 인덱스(DXY)는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2년 초 이후 최고 114까지 20%나 상승했다. 최근에는 107까지 낮아졌으나, 2010년 이후의 장기평균 92를 크게 상회하는 강세이다. 최근의 DXY와 달러-원 환율의 변화를 2022년 초와 비교하면, 달러는 10.1% 가치가 상승했지만, 달러화에 대해 원화 가치는 13.8% 하락했다. 달러-원 환율 변동의 대부분이 달러 강세로 설명되며, 추가적인 3.7% 포인트 정도가 원화 고유의 가치 변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화 고유의 가치 변동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우려할 정도로 과도한 것일까.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요 교역국 통화와의 환율과 교역 비중을 고려한 실효환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명목실효환율에 따르면, 4월 8일 현재 미국의 실효환율은 104.59로 2022년 초 대비 7.0% 상승했다. 원화의 실효환율은 같은 기간 96.92에서 94.94로 2.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원화 고유의 가치 하락 정도가 주요 교역 당사국 통화 고유의 가치 하락 정도보다 작기 때문이다. 이는 원화 고유 가치의 변화를 야기하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다른 주요 교역 당사국보다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향후 달러-원 환율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달러-원 환율은 상향보다는 하향으로 방향을 틀 전망이다. 달러 강세 요인이 약화하고 원화 강세 요인이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먼저 원화 고유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나 정책금리, 그리고 무역수지 등을 살펴보자. 2024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의 1.4%에서 2%대 초반으로 성장 폭 확대가 예상된다. 또한 무역수지는 2022년과 2023년 상반기까지 적자를 보였으나, 2024년 3월 현재 10개월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에도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부품 등의 수출 호조로 무역수지는 흑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나 무역수지는 모두 원화 강세를 시사한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이는 원화에는 중립적이거나 약세 요인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원화 강세 요인이 약세 요인보다 더 우세한 것 같다.

    따라서 시장의 우려대로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고 그 이상에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달러 자체의 강세 요인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야 한다. 미국 예외주의가 더 강화되어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확대되는 경우인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인상하게 함으로써 결국에는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달러는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으나, 곧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는 약세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다. 경기 확장세가 커지지 않는다면, 연준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여 달러 약세 전환이 예상된다. 다음으로는 경제위기 가능성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는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 우세하다. 완화적인 금융 여건에서는 금융위기 가능성이 크지 않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대해서도 미국 재무부나 연준은 관리 가능하다는 평가이다. 종합하면, 달러 강세가 지금보다 더 강화되기보다는 약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는 달러 강세 기간을 더 연장하고,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정학 리스크는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을 부추기고, 원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을 유발, 대부분 국가의 무역수지 악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과 중국, 대만의 양안 갈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달러-원 환율의 중기적 전망을 보면, 달러당 1,000원대로의 복귀는 어려울 것 같다. 중장기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2028년 중 한국의 평균적인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성장률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역전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성장세 약화는 내국인의 해외투자를 증가시켜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림으로써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요인이 될 것이다.

    (장재철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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